이만도(李晩燾), ‘남양초려(南陽草廬)’
25. 황실의 후손을 만나다
草堂睡初覺(초당수초각) 초당에서 낮잠 처음 깨어났을 때,
門外有人至(문외유인지) 문밖에는 사람이 찾아왔었네.
如非帝室胄(여비제실주) 유비가 황실 후손 아니었다면,
十至何曾起(십지하증기) 열 번 온들 어떻게 일어났으랴.
이만도(李晩燾), 족손인 태숙 종대의 화폭에 쓴 절구 6수 중 1수〔題族孫泰淑 鍾岱 畫幅六絶〕, ‘남양초려(南陽草廬)’
[평설]
유비가 제갈량을 2번이나 찾아왔지만, 끝내 허탕을 치고 돌아간다. 결국 유비가 3번째 찾아갔지만 마침 제갈량은 낮잠을 자고 있어서 못 만났다가 한참을 기다린 끝에 만나게 된다. 제갈량은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고 한 번에 유비를 만나주지 않았다. 유비는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지만 꾹 참고서 여러 번의 방문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유비가 황실 후손이 아니었다면 과연 제갈량이 유비와의 만남을 허락했고 주군으로 모셨을까? 아마도 유비가 제갈량을 열 번 이상 찾아왔다 하더라도 만남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 어렵게 만난 아쉬움을 달래듯 그들은 짧은 시간에 둘도 없는 관계로 발전하여 ‘수어지교(水魚之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