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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314)

314. 연 날리던 꼬마[飛鳶童子], 유득공

by 박동욱

314. 연 날리던 꼬마[飛鳶童子], 유득공

연날리기 막 마치자 숨을 씩씩 쉬더니만

처마 끝 고드름을 하나 떼서 베어 먹곤,

돌아와 책상에서 쉴 새 없이 콜록대니,

글 읽는 그 소리가 파리 소리 꼭 닮았네.

趁鳶纔罷氣騰騰 吃却簷端一股氷

歸對書床無盡嗽 讀聲出口只如蠅


[평설]

그 녀석 연 날릴 때는 신이 나서 숨이 차 오르도록 펄쩍펄쩍 뛰어 다녔다. 그러다 목이 말랐는지 처마 끝에 달린 고드름 하나를 뚝 떼서 베어 먹었다. 추운 날씨에 너무 오래 뛰어다녀서 그랬는지 아니면 고드름을 먹어서 그랬는지, 그새 감기 기운이 있어서 연신 기침을 콜록댄다. 겨우겨우 책 읽는 소리는 다 죽어가서 파리 소리처럼 자그맣다. 고놈! 뛰어놀 때 쌩쌩 하더니만 공부할 때 다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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