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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320)

320. 수박이 더 좋아[地倅送朝報與西果], 김우급

by 박동욱

320. 수박이 더 좋아[地倅送朝報與西果], 김우급

보내준 조보 따윈 나와는 무관하니

산골에서 관원 소식 알아서 어데 쓰리

단 수박 꿀 같아서 손색이 없었으니

텅 빈 속 축이고서 시원하게 해 주었네.

惠來朝報似不關 丘壑何須識千官

最憐珍果甘如蜜 能使枯腸潤更寒


[평설]

고을 수령이 조보(朝報, 조정에서 내는 신문이다)와 수박을 챙겨 보내주었다. 조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대충이라도 감이나 잡고, 맛있는 수박으로는 더위나 가시라는 뜻이었으리라. 수령의 섬세한 마음 씀씀이야 왜 알지 못했을까. 그러나 시침 뚝 떼고 조보는 쓸데없지만 수박은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고 했다. 시골에 살기로 작정했으니 골치 아픈 조정 소식에는 관심을 끊겠다는 뜻이다. “혹시나 다음에 또 보내 주시려고 하거들랑 조보는 그만두고 수박이나 한 덩어리 보내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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