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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Oct 06. 2024

일년 365일, 한시 365수 (362)

362. 빌어먹는 백성[己亥大饑 丐民盈路 感而有作], 김만영(金萬英)

362. 빌어먹는 백성[己亥大饑 丐民盈路 感而有作], 김만영(金萬英)

형편없는 몰골로다 문턱에 서 있는데,   

시커먼 얼굴에다 한마디 말이 없네. 

만 권 책 읽었던들 어디에다 쓰겠는가.

백성을 배부르고 따습게도 못하는데.

破橐鶉衣立巷門   滿顔黎黑口無言

讀書萬卷知何用   未使斯民躋飽溫        


[평설]

기근이 들어 길바닥은 거지들로 가득하였다. 시커먼 얼굴에다 터진 전대와 누더기 차림의 형편없는 몰골이다. 집 문턱에 서서 동냥할 힘도 없는지 한결같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때 이 시를 쓴 김만영은 36살의 젊은 나이였다. 온갖 책을 읽었다지만 참담한 현실 앞에 무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기근은 이렇게 끝나지 않았다. 후에 한꺼번에 100만 명 이상 굶어 죽었던 ‘경신 대기근’(1670~71년)과 ‘일병대기근’(1695~96년)이 두 번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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