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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pr 11. 2024

울고 있는 소녀를 위한 프란츠 카프카의 정성


프란츠 카프카가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에 독일 베를린에서 요양할 때였다.

하루는 산책을 하다가 울고 있는 어린 소녀를 만났다.

카프카가 소녀에게 다가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소녀는 자신이 가장 아끼던 인형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카프카는 소녀와 함께 주위를 모두 살펴보았지만 인형은 보이지 않았다.

카프카는 소녀에게 다음날 그곳에서 다시 만나서 찾아보자고 했다.

하지만 다음날에도 인형은 발견되지 않았다.

소녀는 울상이었다.

그때 카프카가 소녀에게 말했다.

“얘야, 사실 네 인형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단다.” 

소녀는 깜짝 놀라며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물었다.

카프카는 “인형이 여행을 떠나면서 너에게 전해 달라며 편지를 보냈어.”라고 대답했다.

소녀는 믿지 못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 편지가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카프카는 자기가 깜박 잊고 집에 놓고 왔다면 다음날 가져다준다고 하였다.




집에 돌아온 카프카는 곧바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어린 소녀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마치 인형이 진짜로 소녀에게 말을 하는 것처럼 편지를 썼다.

마치 <변신>이나 <소송>을 쓸 때의 정성을 가지고 편지를 썼다.

그리고 다음 날 그 편지를 들고 소녀를 만났다.

하지만 소녀는 아직 글을 읽을 줄 몰랐다.

그래서 카프카가 그 편지를 소녀에게 읽어주었다.

인형은 편지를 통해서 소녀에게 자신이 왜 사라졌는지 말했다.

‘울지 마, 친구야. 나는 잠시 새로운 세상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났어.’

형은 소녀에게 자신의 모험에 대해 날마다 편지를 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식으로 해서 카프카와 소녀의 만남은 그 후로도 한동안 이어졌다.

카프카는 우체부 역할을 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소녀를 만나서 편지를 읽어주었다.

편지가 거듭되면서 인형도 점차 성장해 갔다.

학교도 다니게 되었고 세계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소녀는 자신이 인형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그 대신 카프카가 들려주는 상상 속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었다.

카프카는 소녀를 속이려고 하지 않았다.

비록 꾸며낸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를 통해서 소녀가 인형을 잃어버린 슬픔을 치유받기 원했다.

과연 한 3주 정도 지났을 때 카프카의 바람대로 소녀는 완전히 치유되었다.

이제 카프카는 소녀에게 긴 여행을 마치고 베를린에 돌아온 인형을 보여 주어야 할 때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장난감 가게에서 인형 하나를 사서 소녀 앞에 나타났다.

인형을 본 소녀는 깜짝 놀라며 카프카에게 말했다.

“이 인형은 제 인형과 전혀 닮지 않았어요.” 

그때 카프카가 소녀에게 편지 한 장을 읽어주었다.

그 편지에는 ‘기나긴 여행이 나를 이렇게 변화시켰어.’라고 씌어 있었다.

소녀는 그 편지를 받자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였다.

인형을 껴안고 행복에 겨워 집으로 돌아갔다.     




카프카는 인형이 말을 하는 것처럼 소녀에게 마지막 편지를 썼다.

그 편지에는 그녀가 언젠가는 결혼할 것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너도 이해할 때가 올 거야. 우리가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없으면 그때는 마음에서 서로를 보내 주어야 한다는 것을.’

그로부터 몇 달 후 카프카는 세상을 떠났다.

여러 해가 지나서 어른이 된 소녀는 인형 속에서 카프카의 서명이 적힌 편지 한 장을 발견했다.

그 편지에는 ‘네가 사랑하는 것은 모두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들은 반드시 다른 형태의 사랑으로 돌아올 거야.’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 이야기는 카프카의 연인이었던 도라 디아만트가 <프란츠 카프카와의 생활>에 소개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비록 별 볼 일 없는 소녀일지라도 그 소녀를 위로하려고 했던 카프카였다.

소녀에게 꿈을 주고 싶었던 카프카였다.

그가 왜 위대한 작가인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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