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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pr 10. 2024

누군가 곁에 있기에 우리는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


류시화의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라는 책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한 남자가 자동차를 타고 시골길을 가고 있었다.

풍경이 너무 좋았다.

그 풍경에 취해 한눈파는 사이에 자동차가 그만 진흙 웅덩이에 빠져버렸다.

남자는 자동차를 후진시켜보기도 하고 전진시켜보기도 했지만 도무지 자동차는 웅덩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가속기 페달을 밟으면 바퀴만 ‘왜앵’ 쇠를 내면서 헛돌 뿐이었다.

남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였다.

마침 근처 농장에 농부가 한 명 있었다.

남자는 그 농부에게 가서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했고 도와달라고 하였다.

남자의 말을 다 들은 농부는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하였다.

남자는 그 농부가 트랙터를 끌고 오든지 하다못해 작은 자동차라도 끌고 올 줄 알았다.

그런데 농부는 먹이를 먹고 있는 노새 한 마리를 데려오고서는 남자에게 말했다.

“워릭이 차를 웅덩이에서 꺼내줄 수 있을 거예요.”




남자는 어안이 벙벙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노새는 늙고 기력이 약해 보였다.

과연 이 노새가 자동차를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농부는 연신 워릭이 자동차를 꺼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였다.

남자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안 될 게 뻔해 보였지만 그래도 도와주겠다는 농부의 말을 믿어볼 수밖에 없었다.

농부는 굵은 밧줄을 가지고 와서 한쪽 끝은 자동차에 걸고 다른 한쪽 끝은 노새에게 묶었다.

그리고 고삐를 잡고 노새를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프레드, 당겨! 힘껏 당겨 잭! 온 힘을 다해 당겨 테드! 그리고 워릭, 너도 당겨!”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분명히 늙은 노새 한 마리로는 자동차를 끌어내는 게 불가능하게 보였는데 워릭이라는 노새는 별로 힘을 들이지도 않고 자동차를 끌어내었다.

남자는 감격한 마음으로 노새의 등을 두드려 주고 농부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남자에게 이해되지 않는 게 하나 있었다.

아까 그 농부가 워릭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 여러 이름들을 불렀는데 왜 그랬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농부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노새는 한 마리인데 왜 워릭 이름을 부르기 전에 다른 이름들을 계속 외치셨어요? 이 노새의 이름이 여럿인가요?” 

그러자 농부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워릭의 이름이 여럿인 게 아니에요. 사실 이 워릭이라는 노새는 너무 늙어서 눈이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자신이 다른 노새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믿으면 어떤 무거운 짐도 끌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마치 여러 노새들이 함께 줄을 당기고 있는 것처럼 워릭에게 프레드와 잭 그리고 테드의 이름을 부른 것이랍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워릭은 제 말을 듣고 아마 자기가 프레드와 잭 그리고 테드와 함께 줄을 당기고 있었다고 믿었을 거예요. 그래서 힘껏 줄을 당기니까 자동차를 꺼낼 수 있었던 거예요.” 




류시화는 이 예화를 들면서 글쓰기가 고독한 일이지만 미지의 독자가 있음을 믿으면 그 고독이 힘을 얻고 문장이 빛을 발한다고 하였다.

독자가 있기 때문에 작가가 힘을 낼 수 있다고 했다.

비단 작가들만 그런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그런 마음을 품으며 살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이 지구라는 별에서 외톨이가 아니라는 생각 말이다.

누군가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누군가는 자신을 반기며, 누군가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을 것이다.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산장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산장에 풀벌레 소리가 들릴 것이다.

혼자가 아니다.

누군가 같이 있다.

때로는 누가 같이 있는지 눈에 보이지만 때로는 같이 있어도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때 잊지 말아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같이 있다.

함께 있기에 우리는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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