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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pr 21. 2024

가장 아름다운 그림


수학자들은 아주 기묘한 문제들을 내고 그 답을 찾는 것을 즐겨 한다.

아마도 수학자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수수께끼로 가득한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수학자들의 족보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를 만나게 된다.

피타고라스가 누구인가?

중고등학생 때 피타고라스의 정리라는 공식을 배웠는데 바로 그 공식을 탄생시킨 사람이다.

직각삼각형의 밑변의 제곱과 높이의 제곱을 합치면 빗변의 제곱과 같다는 내용이다.

밑변이 3센티미터이고 높이가 4센티미터인 삼각형이라면 빗변은 5센티미터가 된다는 공식이다.

어쩌다가 이런 공식을 생각했는지, 어쩌다가 이런 문제를 냈는지 알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떤 질서에 의해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 질서를 찾는다면 복잡하게만 보이는 인생의 문제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1200년경 이탈리아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라는 수학자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엉뚱한 문제를 하나 냈다.

갓 태어난 토끼 1쌍이 2개월 후부터 매달 1쌍의 새끼를 낳고 또 그 새끼들도 태어난 2개월 후부터 매달마다 1쌍씩의 새끼들을 낳는다면 1년 후 전체 토끼는 몇 쌍이 될까라는 문제였다.

문과 출신인 나 같은 사람이 들었을 때는 어떻게 태어난 지 두 달밖에 안 된 토끼가 새끼를 낳느냐고 따지기부터 할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수학자가 되지 못한 것이다.

어쨌든 피보나치는 이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해답 안에 어떤 질서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지금 1쌍이고 1개월 후에도 1쌍이다.

2개월 후에는 1쌍의 새끼를 낳으니까 모두 합쳐서 2쌍이다.

3개월 후에는 1쌍을 더 낳는다.

그러면 전체는 3쌍이다.

4개월 후에는 1쌍을 또 낳고 처음 낳았던 새끼 1쌍도 1쌍의 새끼를 낳는다.

그러면 전체는 5쌍이다.




이런 식으로 계산을 해 보면, 현재(1쌍), 1개월 후(1쌍), 2개월 후(2쌍), 3개월 후(3쌍), 4개월 후(5쌍), 5개월 후(8쌍), 6개월 후(13쌍), 7개월 후(21쌍), 8개월 후(34쌍), 9개월 후(55쌍), 10개월 후(89쌍), 11개월 후(144쌍), 12개월 후(233쌍)이다.

이 계산의 숫자들만 나열해 보면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이다.

여기서 피보나치는 어떤 질서를 발견했다.

앞의 숫자와 바로 그다음의 숫자를 합치면 뒤에 나오는 숫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1 더하기 1은 2이고, 1 더하기 2는 3이고, 2 더하기 3은 5이다.

이런 식으로 정리해 보니까 발바닥이 지리릭 울린다.

어쩌면 이렇게 정교하게 딱 들어맞는 질서가 생길까?

사람들은 이 질서를 피보나치수열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어느 엉뚱한 수학자의 수수께끼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수열의 법칙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부분을 이루고 있었다.




솔방울을 들여다보면 시계방향의 나선과 반시계방향의 나선이 보인다.

그 나선들의 숫자를 세어보면 신기하다.

시계방향의 나선과 반시계방향의 나선이 피보나치의 수열을 이루고 있다.

해바라기씨도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의 나선을 그리고 있는데 그 나선의 숫자도 피보나치의 수열을 따르고 있다.

피보나치의 수열을 따라서 그림을 그리면 매우 조화롭고도 아름다운 무늬가 생성된다.

사실 피보나치수열은 우리의 삶에도 이미 들어와 있다.

나 한 사람이 너 한 사람을 만나 둘을 이루고, 둘이 합쳐 셋을 이루고, 그 둘셋이 모여서 다섯을 이룬다.

홀로 있을 때는 어떤 의미를 찾기 힘든데 앞뒤에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질서가 생긴다.

나 하나로도 아름다운 세상인데 내 앞뒤에 누군가가 있으면 그 누군가와 합쳐서 더 아름다운 세상을 일구게 된다.

앞사람과 손잡고 뒷사람과 손을 잡아 보자.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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