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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n 23. 2024

쥐젖들과의 전쟁이다


몇 년 전부터 몸에 이상한 뾰루지 같은 게 난다.

손톱으로 꽉 집어서 잘라내고 싶은 충동이 이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하니까 난감하다.

물혹이라고 생각했는데 피부과에 갔더니 쥐젖이라고 한다.

전문적인 말로는 섬유종의 일종이란다.

종양이라는 건데 악성 종양인 암은 아니고 양성 종양인 용종이란다.

폴립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 같은데 종양이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지는 않다.

작년에는 샤워하다가 겨드랑이에 삐쭉 돋아난 쥐젖을 보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볼 때도 기분이 안 좋았다.

쥐젖을 보거나 만질 때마다 깔끔하지 못하고 뭔가 좀 지저분한 느낌이 들었다.

쥐젖이 옷에 걸리면 쓰린 통증도 있었다.

고민고민하다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치료라는 것이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피부 마취를 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레이저 봉으로 쥐젖을 지져서 터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연고를 바르면 끝이다.




몇 년 전에도 여러 개의 쥐젖을 없앤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좀 편하게 지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목 주위와 가슴에 쥐젖들이 생겨났다.

생활에 불편함을 느낀 것은 아니지만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이것들이 번식을 하는지 점점 그 개체가 늘어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병원으로 갔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뾰루지의 개수가 굉장히 많았다.

얼굴에 난 것은 나중에 치료받기로 하고 일단은 목 주위에 있는 것들을 먼저 없애기로 했다.

목 주위에 있는 것들은 옷에 스쳐서 걸리적거리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원장님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30-40개 정도의 물혹을 제거하면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레이저봉이 내 몸에 닿을 때마다 마음속으로 숫자를 헤아려 봤다.

하나, 둘, 셋...

어느 순간 30개가 넘고 40개도 넘었다.

머릿속으로 계산이 시작되었다.

치료비가 점점 올라가는 게 보였다.




대략 100개 가까이 세다가 그만뒀다.

원장님의 자비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원장님의 레이저봉은 쉴 틈도 없이 내 목과 가슴팍을 찔러댔다.

아무리 국부마취를 한 상태였지만 레이저봉이 살갗에 닿을 때마다 저절로 긴장이 되었고 깍지 낀 손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다.

살이 타는 냄새가 살짝 났다.

족히 30분은 지난 것 같았을 때 드디어 레이저봉이 멈췄다.

아주 작은 것들 빼고는 다 터뜨렸다고 하셨다.

피부재생연고를 바르고 침상에서 내려온 후에 거울을 봤다.

와! 내 가슴팍에 곰보자국이 난 줄 알았다.

이렇게나 많은 쥐젖이 있었다는 걸 보고 다시 놀랐다.

그런데 아직 치료하지 않은 것들도 있으니 도대체 내 몸에 몇 개의 쥐젖이 있는 것일까?

섬유종이 돋아난 모양새가 쥐의 젖과 비슷하다고 해서 쥐젖이라고 한다는데 나는 그 모양을 보는 것만도 싫다.

그런데 내 몸에 이렇게나 많은 쥐젖이 있다.

내가 쥐띠여서 그런 걸까?




피부가 아물기까지 사나흘은 걸린다고 했다.

그때까지 조심하며 지내야 한다.

목과 가슴이 나으면 그다음에는 얼굴 치료를 할 예정이다.

얼굴에도 여러 개의 섬유종이 있다.

일주일 정도 불편하겠지만 이번 기회에 뺄 것은 싹 빼고 지질 것은 싹 지져서 깔끔한 피부를 만들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의 꼬리가 엉뚱한 데로 이어졌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시술도 받지 못해서 얼마나 불편했을까?

쥐젖들 때문에 얼굴이 울퉁불퉁했을 것이다.

쥐젖이 옷깃에 스치면 따갑기도 했을 것이다.

쥐젖이 작으면 무시하고 지낼 만하지만 쥐젖이 크면 여간 곤혹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쥐젖이 너무 커서 혹부리 영감처럼 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요놈의 쥐젖들을 싹 없애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레이저봉이 따갑더라도, 돈이 더 들더라도 요놈들을 다 없애야겠다.

쥐젖들과의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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