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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n 19. 2024

나에게도 아빠가 있다


프랑스 소설가 기 드 모파상이 쓴 <시몽의 아빠>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시몽이라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했다.

시몽은 학교에 오기 전까지 집 밖에서 아이들과 놀아본 적이 없다.

집 안에서 엄마하고만 지냈다.

아이들은 자기들과 놀아본 적이 없는 시몽이 그냥 싫었다.

그래서 시몽을 놀려댔다.

아이들이 놀리는 말은 “너는 아빠가 없잖아.

아빠가 없으니까 성씨도 없는 거야.”라는 말이었다.

아이들이 말대로 시몽에게는 아빠가 없다.

아빠에 대한 기억조차 없다.

시몽은 엄마와 단둘이 살아왔다.

그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자 아빠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되었다.

아이들로부터 놀림감이 되었다.

시몽을 놀리는 아이들 중에도 아빠가 없는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자기 아빠가 돌아가신 것이라며 시몽처럼 처음부터 아빠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고 했다.




시몽을 놀려대던 아이들은 급기야 시몽을 때리기까지 하였다.

시몽도 맞서 싸웠지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억울하면 아빠에게 가서 이르라며 시몽에게 비수를 꽂고 갔다.

혼자 남은 시몽은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

얼마 전에 구걸하며 살아가던 한 사람이 강에 빠져 죽었는데 그 사람이나 시몽이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그 사람은 돈이 없었던 것이고 시몽에게는 아빠가 없었던 것이다.

강가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시몽은 몹시 서글펐다.

마음속에는 죽는 생각만 가득했고 두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그때 묵직한 손이 시몽의 어깨를 감쌌다.

“꼬마야, 왜 여기서 울고 있니?” 그 마을에 온 지 얼마 안 된 대장장이 아저씨였다.

시몽은 아빠가 없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대장장이 아저씨도 시몽의 집안 이야기를 대충은 알고 있었다.

아저씨는 일단은 엄마에게 가자며 시몽을 달랬다.




시몽의 엄마는 아저씨에게 쌀쌀맞았다.

평상시에도 남자들에게 경계의 날을 세웠는데 낯선 남자인 대장장이 아저씨이니까 더욱 그랬다.

시몽을 데려다주고 돌아서려고 했는데 시몽이 엄마에게 자기가 죽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아빠가 없다는 이유로 자기를 놀리고 때렸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대장장이 아저씨에게 자기 아빠가 되어 달라고 애원했다.

아빠가 되어 주지 않으면 자기는 다시 죽으러 가겠다고 했다.

엄마도 놀랐고 대장장이 아저씨도 놀랐다.

하지만 속 좋은 이 대장장이 아저씨는 자기를 아빠라고 부르라며 자기 이름은 필리프라고 알려주었다.

그렇게 끝나는가 싶었다.

그런데 다음날에도 시몽은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시몽은 자기 아빠의 이름은 필리프라고 했는데 아이들은 필리프가 누구냐며 시몽을 더욱 놀려댔다.

너희 엄마와 결혼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아빠냐고 시몽을 몰아세웠다.




시몽은 아저씨가 일하는 대장간으로 갔다.

아이들이 엄마와 결혼하지도 않은 사람을 어떻게 아빠라고 하느냐며 놀려댔다는 말을 했다.

순간 대장간 안이 조용해졌다.

필리프의 동료들이 필리프에게 한마디씩 했다.

사실 시몽의 엄마는 잘못이 없다고.

필리프 아저씨는 시몽에게 엄마에게 오늘 밤에 아저씨가 할 말이 있어서 찾아올 것이라고 말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 밤에 필리프가 시몽의 집에 왔다.

시몽의 엄마에게 아내가 되어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시몽에게도 말했다.

친구들에게 “내 아빠는 대장장이 필리프 레미인데 한 번만 더 나를 괴롭히면 아빠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라고.

다음날 시몽은 자기를 괴롭히던 아이들에게 말했다.

내 아빠는 대장장이 필리프 레미이고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은 모두 혼내줄 것이라고.

그 말에 아이들은 찍소리도 못했다.

150년 전에 쓰인 글인데 아빠를 생각나게 한다.

“나에게도 아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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