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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y 30. 2024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알고 싶어 하는 이유


버트런드 러셀, 칼 세이건, 재레드 다이아몬드, 움베르토 에코, 리처드 도킨스, 유발 하라리.

나에게 인류 문명사를 일깨워 준 작가들이다.

각자 전공 분야는 다르다.

버트런드 러셀은 철학자이고, 칼 세이건은 천체물리학자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문화인류학자이고 움베르토 에코는 기호학자이다.

리처드 도킨스은 진화생물학자이고 유발 하라리는 역사학자이다.

나름대로 이렇게 그들을 구분할 수 있지만 정답은 아니다.

한 사람을 소개할 때 그 사람이 이런 사람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다.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철학사>,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움베르토 에코의 <중세>,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있다면 ‘인간’일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총동원하여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철학사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인간사를 이야기했고, 우주를 이야기한 것 같지만 인간을 이야기했다.

문명의 생성과 소멸을 말하면서 인간을 보게 했고, 중세 1천 년의 시간을 해부하면서 인간을 말했다.

유전자의 진화와 종족의 번성을 말하면서도 가장 강조한 말은 인간이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수학자들은 단순히 수학 문제만을 푸는 게 아니다.

그들은 인간 사이의 거리와 넓이와 무게를 풀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인간의 아름다움을 소리와 색깔과 무늬에서 찾고 있다.

건축가와 도시학자들은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연구하고, 경제학자나 정치학자는 인간의 사회를 탐구하고 있다.

종교에 심취한 신학자들은 신을 연구하는 게 아니다.

그들도 인간을 연구한다.

신의 뜻이라고 여겨지는 사항들을 인간이 어떻게 해야 잘 지킬 수 있는지 연구한다.

이렇게 보니까 모든 학문은 인간을 알아가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왜 이토록 인간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일까?

남이야 어떻게 살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하면서 인간에 대한 신경을 끄고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신경이 꺼지지 않는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다른 사람을 신경 쓰면서 살아간다.

아무리 이기적 유전자로 똘똘 뭉쳐 있는 인간일지라도 자기 혼자만 생각하면서 살지는 않는다.

일단은 부모형제를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성장해서는 자기 배우자와 자식들을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혈혈단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일지라도 자기를 둘러싼 이웃들과 공동체를 생각하며 살아간다.

이웃과 공동체에는 전혀 관심 없다는 사람도 있는데 잘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월드컵 경기에서 골을 넣을 때 환호성을 지른다면 이미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사람은 모두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왜 인간을 알고 싶은 것일까?

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며 사는 것일까?

정말 다른 사람을 알고 싶어서 그런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이 다른 사람을 알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알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눈으로는 자신의 본모습을 볼 수가 없다.

거울을 통해야만 볼 수가 있다.

거울과 같은 어떤 투영체나 투사체를 통해서만 자신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내 곁에 또 다른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내 모습이 투영되고 투사된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그 사람 속에서 내 모습이 보인다.

내 모습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알아야 한다.

연구해야 한다.

사람이 사람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나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나를 알기 위해서 인간을 공부하고 인간을 둘러싼 사회를 연구하고 우주를 살펴보는 것이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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