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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n 26. 2024

파리 올림픽 준비가 잘 되기를 바란다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제33회 올림픽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프랑스는 선진국이니까 올림픽을 잘 준비하리라 생각했다.

문득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는 어떻게 준비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1981년 9월 30일 서독의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84차 총회에서 대한민국 서울이 일본 나고야를 제치고 198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었다.

내가 국민학생 때였는데 그날 엄청나게 뉴스에 보도되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정부로서는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대어가 필요했었기에 올림픽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는 후문이 있다.

어쨌든 그날 이후로 서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방방곡곡이 올림픽 준비에 들어갔다.

그 당시에는 솔직히 우리나라의 모든 상황이 국제대회를 치를 여건이 안 되었다.

그래서 올림픽을 2년 앞둔 1986년에 중간점검도 할 겸 해서 아시안게임을 치르게 되었다.




올림픽 주 경기장과 보조 경기장들을 짓기 위한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되었다.

지저분한 환경들은 안 보이는 쪽으로 치우고 큰 길을 중심으로 깨끗하게 단장하였다.

선수들이 묵어야 하는 숙소도 지어야 했다.

선수촌 아파트라는 이름이 나돌았던 것도 이때쯤이었다.

귀한 손님들을 모시기 위한 고급 호텔도 필요했다.

당시 호텔 건축 공사에 참여했던 분이 들려준 얘기인데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했는데 투숙객들 중에 비데 사용법을 몰라서 화장실을 물바다로 만들어 놓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렇게 서울에서는 올림픽 준비가 차곡차곡 진행되었다.

하지만 지방에 살았던 나는 그런 걸 알 턱이 없었다.

단지 가슴팍에 ‘88’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은 아이들이 많아졌고 '88'이라고 쓰인 운동화를 신은 아이들이 많아졌다는 것 정도로 올림픽 준비를 가늠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도 ‘멸공방첩’이라는 말보다 ‘88’이라는 말이 더 많이 들렸다.




88년을 기다리며 국민학교를 졸업했고 중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대망의 1988년이 되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에서 꽤 좋은 성적을 거두었기에 1988년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이 사뭇 컸다.

그전까지 우리나라의 올림픽 성적은 초라했다.

오죽했으면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선수가 누구인지 시험문제에 나올 정도였다.

손기정 선수라고도 했고 양정모 선수라고도 했다.

88서울올림픽에서는 많은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런 국민적인 기대와는 별도로 정치는 무척 혼란스러웠다.

오죽했으면 고등학생인 내 눈에 보기에도 올림픽을 무사히 개최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해 봄에는 9시 뉴스마다 시위 현장의 소식이 전해졌다.

최루탄이 펑펑 터져서 희뿌연 연기 속에서 복면 쓴 대학생들이 팔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보였다.

축제가 아니라 나라 망신 당할 올림픽이 될 것 같았다.




기적처럼 6월 초에 정치적 혼란이 잦아들었다.

정부에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준 준 것이다.

물론 나름대로의 꼼수가 있었지만 그래도 이전에 비하면 많이 달라진 태도를 보인 것이다.

올림픽을 100일 정도 앞두고 극적인 화해 분위기로 돌아선 것이다.

정치인들에게는 올림픽 개최가 제일 중요한 현안이었겠지만 국민들에게는 올림픽 개최보다 더 시급한 문제들이 있었다.

국민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올림픽 개최도 어려워질 게 뻔했다.

당연한 것 아닌가?

국민이 없으면 국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행히 우리는 88 서울 올림픽을 무사히 잘 끝냈고 그 이후로 대한민국의 위상이 급격히 올라갔다.

36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 파리에서는 올림픽을 앞두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민들이 외치고 있다고 한다.

그러잖아도 땡볕 더위에 치를 올림픽인데 다른 이유 때문에 더 열받게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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