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Oct 14. 2024

인격은 살아가면서 만들어지고 빚어지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작가 에릭 와이가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을 소개하는 <프랭클린 익스프레스>를 출판했다.

프랭클린의 삶을 소개하면서 그에게서 배울 점들을 생각해 보게 한다.

프랭클린이라고 하면 번개 칠 때 연을 날리는 실험을 통해서 피뢰침을 만든 인물로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프랭클린이 미국 독립선언서를 만드는 데 일조하여 영국으로부터 미국이 독립하는 데 큰 역할을 감당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몇 번인가 내가 알고 있는 프랭클린이 그 프랭클린인가 확인해 봤다.

그는 과학자인 줄 알았는데 정치인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 사람은 시를 쓰는 문학가이기도 했고 인쇄소를 운영한 사업가이기도 했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토대를 다진 교육가이기도 했다.

80여 년의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들을 이루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프랭클린은 당시로서는 굉장히 장수한 인물이다.

84세까지 살았다.

여러 가지 질병으로 고생을 하기도 했다.

전기에 대한 실험을 하다가 큰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국가적으로는 치열한 전쟁을 치루기도 했다.

그와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 중에는 질병으로, 사고로,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숱한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았다.

팔순을 넘어선 그에게 사람들은 경외의 시선을 보냈다.

편안한 노년을 보내시라는 말들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랭클린은 몸져 누을 때까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하고 도전하였다.

언젠가 그가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다.


“침대에 누워 잠들었어야 하는 사람이 후대의 앞을 가로막은 듯한 느낌이네.

하지만 내가 일흔에 죽었다면 내 인생에서 가장 활동적이고 가장 중요한 사안을 고민했던 12년이 사라졌겠지.”


그의 말처럼 그는 치열하게 살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를 존경한다.




프랭클린이 그토록 치열하게 삶을 살았던 이유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전 세계의 덕 있는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미덕 연합당을 창립하고자 했다.

그는 미덕을 행복뿐 아니라 진보로 향하는 열쇠라고 믿었다.

그러면서 자기 스스로 13가지의 미덕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①절제, 먹고 마시는 것을 잘 조절할 것.

②침묵, 자신이나 타인에게 유익하지 않은 말은 삼갈 것.

③질서, 모든 물건을 제자리에 둘 것.

④결단, 해야 할 일은 반드시 실행할 것.

⑤절약, 필요하지 않은 지출은 하지 말 것.

⑥근면, 시간을 아낄 것.

⑦진실, 거짓말을 삼갈 것.

⑧정의, 남을 다치게 하거나 마땅히 줘야 할 혜택을 빠뜨리지 말 것.

⑨중용, 극단을 피할 것.

⑩청결, 몸과 의복과 거처의 불결함을 용납하지 말 것.

⑪평정, 사소한 일에 흔들리지 말 것.

⑫순결, 성관계를 잘 지킬 것.

⑬겸손, 예수와 소크라테스를 따를 것.




프랭클린이 미덕의 종류를 13가지로 정리한 이유가 있다.

주에 한 목씩 13주간 노력하자는 것이다.

렇게 4번 반복하면 52주, 즉 1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를 위해서 프랭클린은 수첩에 가로 7칸과 세로 13칸의 표를 4개 만들었다.

이 수첩을 매일 가지고 다니면서 그 주간의 미덕을 지키지 못한 날이면 그 요일의 칸에 검은색 점을 찍었다고 한다.

프랭클린은 부단한 노력을 통해서 자신의 성품과 인격을 다져나고자 하였다.

‘성품’과 ‘인격’으로 번역되는 영어 단어 character는 ‘새기다’, ‘조각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카라테이(χαράσσει)에서 파생한 말이다.

이 단어는 원래 화폐를 주조하고 찍어내는 데 사용한 말이었지만 인간의 형태를 빚는다는 뜻으로 확장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인격을 가지고 온 사람은 없다.

살아가면서 만들어지고 새겨진 것이다.

프랭클린처럼 부단히 노력한다면 좋은 인격으로 빚어지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톨스토이의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읽다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