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은 한국 문학사에 길이 기억이 될 것이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간 우리나라에는 노벨문학상을 받을만한 작가가 안 나오려나 기대 반 실만 반이었다.
노벨상의 분야가 여럿 있지만 노벨문학상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문학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노벨 여사가 과학자였기에 노벨위원회인 스웨덴 한림원이 과학 분야의 상들만으로도 노벨상을 구성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문학상을 제정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과학은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려주는 학문인데 문학도 인간 세상이 어떤 곳인지 이야기해 주는 학문이다.
그동안 노벨문학상은 서약 문학가들의 거의 휩쓸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처음으로 수상했으며, 일본의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브로, 중국의 소설가인 모옌이 수상했을 뿐이었다.
지난 10월 10일 밤에 무심코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보다가 2024년의 노벨문학상 대상자로 한강 작가가 선정되었다는 뉴스를 봤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굉장히 흥분되었다.
한강 작가를 좌파라고 치부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다.
예술가들을 너무 쉽게 제 맘대로 평가했던 무식함을 어떻게 변명하려나 기대가 되었다.
그건 그렇고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에 대해서 알고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부끄럽지만 내가 읽은 한강 작가의 책은 <희랍어시간>이 유일했다.
창피했다.
그날 곧바로 한강 작가의 책을 구입했다.
종이책은 이미 동이 났으니까 전자책으로 구입했다.
일단 한강 작가의 책을 어느 정도 읽고 나니 그의 부친인 한승원 선생의 책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두 작가의 소설, 시, 수필을 읽게 되었다.
갑자기 문학소년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얄밉게도 두 사람은 글을 참 잘 썼다.
아버지와 딸이 모두 작가인 경우가 또 누가 있을까 보았더니 나태주 선생과 나민애 교수가 있었다.
두 사람의 책을 읽어 보니 역시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말이 나올 만했다.
생각난 김에 두 분이 함께 쓴 책 <나만 아는 풀꽃 향기>를 보았다.
젊은 날, 가난했던 시절, 시를 끌어안고 몸부림쳤을 나태주 선생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런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성장한 나민애 교수의 모습도 그려졌다.
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떤 부분에서는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고 어느 부분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분명 이 책은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와 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의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그런데 두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내 아버지를 보았고 내 딸을 보았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아버지가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딸을 통해 계속 이야기되기 때문이다.
그게 이 책에서 얻은 나의 결론이다.
어쨌든 지난달은 문학으로 마음의 양식을 충분히 먹은 시간이었다.
뜻하지 않게 찾아온 노벨문학상 소식의 덕을 많이 봤다.
내 기억에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에 이렇게 많은 문학작품을 읽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독서량도 한 달 동안 무려 47권에 달했다.
많이 읽자고 다짐했다고 해서 많이 읽히는 것은 아니다.
틈틈이 읽은 것 같은데 꾸준히 읽다 보니 많아진 것이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책을 많이 읽으면 분명 얻는 게 많아진다.
이번에 문학작품들을 읽으면서 얻은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위대한 작가들은 어휘력과 표현력 그리고 문장을 이어가는 솜씨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런 단어를 찾아내고 이런 표현력을 기울였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들에 비하면 나의 글쓰기는 형편없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곤 부지런히 읽는 일 정도이다.
세상의 모든 작가는 위대하다고 인정하면서.
302. <가장 쉽게 설명하는 의료 대란의 본질>. 오승원 외. 얼룩소. 20241001.
303. <옥스퍼드 초엘리트>. 사이먼 쿠퍼. 김양욱,최형우. 글항아리. 20241002.
304. <춘추전국이야기9>. 공원국. 위즈덤하우스. 20241003.
305.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 에밀리 오브리, 프랭크 테타르. 이수진. 사이. 20241004.
306. <유비는 왜 그랬을까? 1>. 천위안. 정주은. 리드리드출판. 20241005.
307. <유비는 왜 그랬을까? 2>. 천위안. 정주은. 리드리드출판. 20241007.
308. <춘추전국이야기10>. 공원국. 위즈덤하우스. 20241009.
309.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오래 보았다>. 김영롱. 웅진지식하우스. 20241009.
310. <채식주의자>. 한강. 창작과비평사. 20241010.
311. <소년이 온다>. 한강. 창작과비평사. 20241011.
312.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문학동네. 20241012.
313. <흰>. 한강. 문학동네. 20241013.
314. <회복하는 인간>. 한강. 아시아. 20241013.
315.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문학과지성사. 20241013.
316. <검은 사슴>. 한강. 문학동네. 20241014.
317. <술꾼들의 모국어>. 권여선. 한겨레출판사. 20241014.
318. <프랭클린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김하현. 어크로스출판그룹. 20241014.
319.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한승원. 푸르메. 20241015.
320.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한승원. 불광출판사. 20241015.
321. <회복하는 인간>. 한강. 아시아. 20241015.
322. <보리 닷 되>. 한승원. 문학동네. 20241016.
323. <산돌 키우기>. 한승원. 문학동네. 20241017.
324. <도깨비와 춤을>. 한승원. 위즈덤하우스. 20241017.
325. <행복의 지도>. 에릭 와이너. 김승욱. 어크로스. 20241018.
326. <노랑무늬 영원>. 한강. 문학과지성사. 20241019.
327. <사람의 길>. 한승원. 문학동네. 20241019.
328. <어느 작가의 오후>. 페터 한트케. 홍성광. 열린책들. 20241020.
329. <사랑은 늘 혼자 깨어 있게 하고>. 한승원. 문학과지성사. 20241020.
330. <달 긷는 집>. 한승원. 문학과지성사. 20241021.
331.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브라이언 클라스. 김문주. 웅진씽크빅. 20241021.
332. <황금방울새>. 도나 타트. 허진. 은행나무. 20241022.
333. <열애일기>. 한승원. 문학과지성사. 20241022.
334. <노을 아래서 파도를 줍다>. 한승원. 문학과지성사. 20241023.
335.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1.5도 이야기>. 강명구 외. 성안당. 20241023.
336. <나만 아는 풀꽃 향기>. 나태주, 나민애. 넥서스. 20241025.
337.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 나민애. 넥서스. 20241025.
338.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듭니다>. 함민복. 시인생각. 20241026.
339. <흔들린다>. 함민복. 작가정신. 20241026.
340. <말랑말랑한 힘>. 함민복. 문학세계사. 20241026.
341. <춘추전국이야기11>. 공원국. 위즈덤하우스. 20241027.
342. <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 함민복. 시공사. 20241028.
343.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책이있는풍경. 20241029.
344. <마리 앙투아네트 : 베르사유와 프랑스혁명>. 슈테판 츠바이크. 육혜원. 이화북스. 20241030.
345.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이유리. 한겨레출판. 20241031.
346. <허구의 철학>. 마르쿠스 가브리엘. 전대호. 열린책들. 20241031.
347. <트렌드 코리아 2025>. 김난도 외. 미래의 창. 20241031.
348. <가짜 노동>. 데니스 뇌르마르크 외. 정은영. 자음과모음. 2024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