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어야 하는 연말은 처음이라
언택트 시대
무려 67년 만에 처음으로 타종행사가 취소된데 이어 전국 각 지역의 해맞이 행사도 유튜브 생중계로 대체되었다. 팬데믹으로 찾아온 비대면 시대. 외출도 모임도 없는 연말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처음일 것이다. 대체 집에서 무얼 하며 보내야 하나 고민하던 중 팀원들의 계획을 엿보고 아이디어를 얻어야겠다 싶어 다짜고짜 메신저로 물어봤다.
다들 연말에 집에서 뭐 하세요?
조이 TO DO LIST
우선 '마롱 케이크' 만들기에 도전할 예정.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 줘서 갑자기 마롱 케이크 만들기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걸 본 내 심장이 이번 연말에는 올해가 가기 전에는 무조건 밤 롤케이크를 만들어 맛있는 와인과 같이 먹으라고 뇌에게 전달하더라. 마음이 시킨 일은 그대로 따라야 나중에 후회가 없는 법! 31일이 되기 전 퇴근 후 물에 끓여낸 밤을 한 땀 한 땀 껍질을 벗겨 우유와 함께 곱게 갈아 둘 예정이다.
마롱 케이크에 빠질 수 없는 '마롱글라세'도 넉넉하게 만들고 롤 케이크 시트와 생크림도 미리 사놓으면 당일에 큰 어려움 없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재즈 음악을 들으며 마롱 케이크 만들 생각에 벌써부터 너무 떨린다. 시판 시트와 생크림을 준비하는 치트키를 썼는데도 얼마나 망치게 될지 심장이 두근두근
그다음 일정은 근사한 연말 디너 테이블 준비하기. 간단한 코스 요리에 필요한 재료로 이미 마켓 컬리 장바구니는 가득 차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아늑한 집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오전에 만들어 둔 마롱 케이크를 후식으로 먹으면서 내년을 어떻게 보낼지 이야기하는 소소한 행복을 실천해 볼 예정! (갸학~!~~)
레지나 TO DO LIST
남자 친구와 처음으로 같이 보내는 연말인지라 뭔가 더 기억에 남는 걸 하면서 뜻깊게 보내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아니 이 상황에서 가능한 외부 활동 자체가 거의 없다. 맛있는 저녁도 같이 만들어 먹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라도 있다면 이렇게 아쉽지는 않을 텐데 우리에게 있는 건 자동차뿐.....! 커플과 가족 단위의 소규모 투숙객으로 이미 예약이 다 차 버려 호캉스도 물 건너갔으니 정말 짧고 간단하게 만나서 밥을 먹고 차에서 커피를 마시다 집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이 모든 게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
아! 그래도 첫 크리스마스와 연말인 만큼 각자 준비한 선물과 카드는 꼭 교환할 예정이다. 연말에는 선물을 주는 기쁨과 받는 즐거움이 있어야 아쉽지 않다.
보노 TO DO LIST
짝꿍과 맛있는 음식(아마도 포장 또는 배달을 이용해서)을 먹으면서 각종 특선 영화를 섭렵할 예정이다. 둘 다 영화를 지독하게 좋아하는 데다가 채널을 돌리다가도 볼 만한 영화가 하고 있으면 돌리던 채널을 멈추고 보는 게 취미다.
사실 나가는 것도 너무 좋아하지만 집에 있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한 강제 집콕 연말도 나쁘지 않다. 그 어느 해보다 한가롭고 여유롭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집에서 맞이할 예정
비비안 TO DO LIST
최근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은 것만큼이나 엄청난 배달 메뉴를 찾아냈다. 무려 '복지리탕' 이라니. 배달 어플로 복지리탕에 소주까지 주문해서 따뜻하고 배부른 알코올 연말을 집에서 안전하게 가족들과 보낼 예정이다. 집에서는 그리고 연말에는 조금 취해도 괜찮으니까!
그리고 지난 주말에 보기 시작한 넷플릭스의 '스위트홈' 정주행 하기. 연말이라고 혹은 새해라고 꼭 밝고 사랑이 넘치는 장르물을 봐야 하는 건 아니니까 판타지 스릴러 장르의 스위트홈을 보면서 가족들과 함께 진정한 스위트홈을 즐길 예정.
브린 TO DO LIST
2회까지 보고 아껴둔 스위트홈 정주행 하기. 확실히 스위트홈이 대세긴 한가보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 3일 만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작품 8위에 올랐다는 기사 덕분에 보기 시작했는데 남은 회차는 한 번에 정주행 하기 위해 간신히 참고 있다.
그리고 맛있는 아주 맛있는 떡볶이 먹기. 벌써 몇 주 전부터 떡볶이가 너무너무 너무나 먹고 싶었는데 다이어트에 안 좋은 대표 메뉴 중 하나라 계속 참고 있었다. 연말이니까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어도 괜찮다는 걸 위안 삼아 떡볶이를 직접 만들어 먹거나 배달시켜 먹을 예정이다.
나의 TO DO LIST
팀원들의 연말 계획을 실컷 듣고 그제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번 집콕이 필수인 이번 연말에는 간편식 보다 직접 요리하는 식재료가 인기라는 기사를 보고 간단하지만 맛있고 평일엔 잘 시도하지 않던 그런 무언가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짧은 고민 끝에 선택한 메뉴는 문어 바질 페스토 파스타와 살치살 구이. 이 두 가지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모든 재료가 이미 집에 있어서 냉장고 파먹기가 가능하다는 것! 냉동실에 잠들어있는 한우 살치살과 문어 1마리, 때마침 주문해놓은 바질 페스토와 작년 이탈리아 여행에서 잔뜩 사 온 트러플 오일까지 재료 준비는 이미 끝났다. 내가 이 훌륭한 재료들을 망치지 않고 무사히 식탁 위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이번 집콕 연말은 해리포터로 시작해 해리포터로 끝낼 예정. 왓챠에 해리포터 시리즈 전편이 오픈되었다는 소식에 홀린 듯 구독 버튼을 눌렀다. 서비스 이용자 입장에서 그저 감사한 '넷없왓있' 콘텐츠 중 '와이 우먼 킬'은 이미 정주행을 마쳤으니 올해의 마무리는 해리포터와 함께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선 영화의 상징과 같은 나 홀로 집에, 러브 액츄얼리는 잠시 미뤄두고 나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함께한 해리, 론, 헤르미온느와 함께 마법학교로 떠날 예정.
올해만큼은 모임 대신 집콕 연말
내년 1월 3일까지 전국적으로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시행명령이 내려졌다. 사적인 모임은 물론이고 한 집에서 살고 있지 않는 가족, 친척과의 만남도 멈춰야 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2020년의 마지막이 야속하지만 연말에도 그리고 다가오는 새해에도 모두 건강한 행복을 이어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