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변 앞, 전면 바다/만(베이)/강/호수...
워터프런트는 말 그대로 어떤 장소 앞에 물가가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호텔 번역을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이런 단어 하나 하나가 너무 생소해서 일일이 다 찾아봤고, 가장 도움이 많이 되는 건 역시 구글 이미지 검색이다. 사전으로도 확실히 다가오지 않는 부분들을 이미지가 상당 부분 해소해준다. 가령 waterfront를 검색한다고 하면 따옴표와 함께 “waterfront”라고 구글링하면 좀 더 정확도 높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따옴표 검색은 번역의 동반자, 친구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는 정말 이 기능을 많이 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확신이 들 때까지 하이에나처럼 찾고 또 찾는다. 하지만 그 확신이 정확도와 연결되는지는 늘 확신이 없지만 한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번역의 품질과 리서치에 기울인 노력은 늘 비례한다는 거다. 물론 실력자는 상관없는 이야기이겠으나, 난 실력자가 아니니 확실히 그런 것 같다.
‘서울정보소통광장’에서 발췌한 정보에 따르면, 워터프런트라는 말을 쓰기 전에는 수변, coastal area, bay area, riverfront 등의 여러 용어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롱맨 사전은 ‘the part of a town or an area of land next to the sea, a river etc’로 단어를 정의하고 있으며, ‘The hotel is down on the waterfront.’ 문장으로 예를 들고 있다. 예전에 싱가포르 센토사 코브 섬에 있는 호텔 스타일 번역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링크를 통해 이 곳의 조감도를 보면 워터프런트의 개념이 확 눈에 들어온다. Water는 바다가 될 수도 있고 만, 강, 호수가 될 수도 있는 넓은 의미이니 워터프런트라는 말 자체가 좀 모호하게 들릴 수도 있어서인지 모르겠으나, 대개 전면 바다 전망의 객실이면 오션프런트(Oceanfront)라고 하고, 워터프런트는 주로 만(또는 베이)과 인접한 호텔에 쓰는 경향이 있다.
‘프런트’라고 표기하는 게 공식적이진 않지만 호텔의 번역을 총 관리하는 Language Captain 같은 사람이 Glossary를 정리해 누가 번역을 하더라도 통일되고 일관된 용어 번역을 하게끔 하고, 그들이 용어 등록을 ‘프런트’로 하면 그걸 무조건 따라야 한다. 스타일을 중시하고 마케팅의 특성을 띄는 호텔 번역인지라 외래어 용어를 선호하는 것 같은데, 우리말로 번역했을 때 뜻이 더 불분명하거나 뉘앙스를 잘 살릴 수 없는 게 아닌 이상은 우리말로 통일하는 작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말론 브란도 주연의 1954년작인 <워터프론트>가 생각나는데, 원제는 ‘On the Waterfront’이며 여기서 말론 브란도는 항만 노동자로 나온다. 만 하니까 번뜩 ‘keep/hold something at bay’라는 숙어가 떠오른다. 여기서의 something은 위험하거나 불편한 사람, 물건, 상황 등을 가리키며 이러한 것들이 일어나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표현의 bay는 ‘만’이 아니라 ‘to bark’의 뜻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전략적으로 짖다가 사냥감의 발을 묶어버리는 사냥개에서 유래된 표현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