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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미 Aug 12. 2024

잠밥보를 기억하는가

펜팔 일기 with 딸내미 : 1. 글쓰기 프로젝트의 시작

'잠밥보'를 기억해? 

2019년 8월, 딱 5년전 이맘때 우리가 처음으로 같이 한 글쓰기 프로젝트 이름이야. 그때도 비슷한 취지와 다짐이었을 것 같은데 참 한결같다고 곱게 표현하고 싶지만 여전하다는 자책이 조금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당시 해시태그는 ‘#100일글쓰기_잠밥보’였어. 직관적으로 생각나는 우리의 가장 큰 공통점. 잠과 밥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아아니 중독이다. 이것 또한 여전..


첫 번째 선정했던 주제는 ‘나를 가장 두렵게하는 것 3가지’였더라. 2020년 앞두고 뭔가 두려운 게 많았나봐. 글로 써서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겠어. 그때의 나는 '안주하는 모습', '나를 향한 기대이하의 관심', '은근한 건강 적신호'라는 세가지를 골랐어. 그때에 비해 나는 이직, 결혼, 출산, 휴직, 복직까지 했네. 그 후 5년이라는 시간을 5가지 이벤트로 납작하게 축약하긴 그렇지만, 가치관이 변할만한 사건들이긴 해서 지금의 세가지와는 다를 것 같아. 이건 여전하지 않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글을 다시 보니 의외로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들도 있더라. 하고싶은건 많지만 누워있는게 제일 좋은 내 모습을 보며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자책하는 것, 점차 타고난 건강은 닳아가고 새로운 노력이 필요함을 받아들여야한다는 것, 남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지만 소외되고 싶지는 않은 사회적 동물로 태어난 것이 원망스럽다는 점 등. 또또 여전..


2019년 글쓰기 프로젝트를 같이 할 때 나의 글에 네가 자주 등장했더라.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는 같이 가자고 이야기했지만 아직도 못 간 네덜란드고, '소울푸드'는 말했듯 밥이고, '여행가서 기억에 남는 일'도 같이 간 해외여행에서 경험했던 동굴 에피소드야. 처음 만난 날 이래로, 주고받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큰 영양가는 없지만 어쩐지 삶이 늘어지거나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락해서 함께 건강해지고 싶어하는 것 같아. 


이런 자잘한 것들을 해나가며 결국 우리가 되고자 하는 최종 목표는 멋쟁이 할머니지. 이 또한 우리가 숱하게 해왔던 아무 말 중에 하나이기에 너는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멋쟁이 할머니란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골고루 충만하여 모두가 친해지고 싶어하지만 하고싶고 또 할 수 있는 게 많아 여간 바쁜게 아닌 할머니야. 롤모델이 없는 나로서는 이러한 가상의 내 모습을 멋지게 만들어 놓고, 정말 하기 싫지만 머리로는 해야되는 일들을 해야할 때마다 이게 다 그곳에 닿기 위해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면 갑자기 열심히 살고 싶어지는 것 같아.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목표를 세울 때 가장 동기부여가 되는 법. 거기에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한다니 잘되지 않을 수가 없지! 우리의 단점이 쉽게 타오르고 쉽게 꺼지는 건데 이제는 단점이라 말하기도 지긋지긋해서 꺼질라치면 서로 알아채고 다시 훨훨 불을 지펴주는 것도 잘 하지. 


5년전 했던 100일 글쓰기를 이렇게 다시 돌아보게 될 줄 몰랐듯이, 그때의 끄적임이 오늘의 불씨가 될 줄은 더더욱 몰랐듯이, 이렇게 멋쟁이 할머니가 되기 위한 수만가지 스펙 중 하나인 글쓰기의 역사가 이렇게 시작된다고 생각해. 어떻게 지속하고 있는지 제대로 말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하고 있는 우리의 여러 일상들처럼 글쓰기 또한 우리 삶의 너무나 당연한 일부가 되어있었으면 좋겠다. 이게 우리가 함께 책의 서문이었으면 더더 좋겠다. 같이 시작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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