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에서 시작된 스터디
1.01의 365승은 37.8
0.99의 365승은 0.026
향상심이 강한 사람이 전날보다 매일 1퍼센트씩 자신의 행동을 개선하여 그것을 1년 365일 지속해간다.
그리고 그것을 1.01의 365승이라 생각하면 1이 약 38이 된다. 한편, 어찌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아서 전날보다 매일 1퍼센트씩 행동이 절하된 상태로 1년 365일을 이어나가면 0.026이 된다. 20년, 30년이라는 시간 간격으로 샐러리맨을 보고 있으면 이 수식이 무척이나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 <18년이나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후회한 12가지> (와다 이치로 作)
0. 첫 시작은 전화영어. 근데 매우 처참한.
내 인생을 내 손으로 바꾸겠다고 마음먹는 것, 그게 새로운 인생의 시작입니다.
중간에 포기할까봐 아예 결심도 안 하는 것, 그건 중도 포기보다 더 나빠요. 스스로를 아예 믿지도 않는 거니까. 다른 사람이 나를 믿어주지 않는 것보다 더 슬픈 게 내가 자신을 안 믿어주는 겁니다.
작심삼일 두려워 말고, 일단 한번 도전해보세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147p>(김민식 作)
새해 계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자기계발 TOP 3는 독서, 운동, 외국어공부일 것이다.
어떤 해는 죽지도 않고 또 오는 게 지긋지긋해서 패스했다가도 아예 놓기엔 어쩐지 아쉬워 다시 슬금슬금 가지고 오는 아픈 손가락들.
최근 몇년간 작심삼일도 못 버티는 내가 지겨워서 아예 새해 계획 자체를 세우지 않기도 하였으나, 끈기는 부족한 대신 여러가지 건드려보는 건 좋아하는 나의 특성을 파악하여 오히려 여러가지를 조금씩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작년에 했던 전화영어는 첫 레벨테스트에서 10단계 중 2단계라는 처참한 성적을 받고서 한달정도 걸려오는 전화를 덜덜떨며 피하기도 하였으나, 마의 한달을 넘기니 2분기가 지나 3분기 레벨은 5단계로 확 오르고, 4분기 레벨은 7단계까지 올라갔었다. 아이 재우느라 못 받을 때도 있고 예습복습은 전혀 하지도 못했으나 그저 꾸준히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수직상승한 레벨이 매우 뿌듯했다. 무엇보다 첫 레벨테스트 후 지금껏 헛배운 공교육 탓을 하며 어버버하던 모습부터 7단계 레벨에 이를 때까지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남편이, 확실히 영어회화를 함에 있어 자신감과 유창함이 달라졌다고 증언했다.
그치만 노끈기인간에게 혼자하는 전화영어 기간은 너무 길었다. 2분기 말부터 슬슬 재미없더니 3분기는 정말 꾸역꾸역 최소 수강 커트라인만 겨우 넘을 정도로 흥미를 잃었다. 구몬할 때 집에 없는 척 혹은 숙제 두고온 척 하던 버릇이 다시 오버랩되며 바쁘다는 핑계로 받지 않고 넘어간 전화가 점점 쌓여갔다.
전화영어라는 콘텐츠가 재미없어지니 영어에도 관심이 떨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지겨워졌다. 보통 지겹다함은 어느정도의 경지에 이르러 더이상 정복할 것이 없을때 어울리는 말일텐데 나는 분명 처음보단 나아졌으나 여전히 Um.. Uh.. Wait a minute.. 을 반복하다가 급하게 파파고를 검색해서 말을 이어가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돌이켜보면 영어가 지겨운게 아니라 반복되는 공부방식, 어느정도인지 알 수 없는 나의 실력, 다소 느슨한 강제성, 특별한 동기부여 없음 등이 혼합된 결과라고 보여진다.
1. 수없이 많은 영어공부법의 홍수 속에서 나에게 잘 맞는 방법 찾기
제가 느끼기에 외국어를 잘하는 재능이란건 없습니다. 매일 영어 문장 10개씩 꾸준히 외운다면 그게 바로 재능 아니냐고 묻는 이도 있습니다. 하기야 그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지요. 재능은 타고 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책('공부의 진실'/나카무로 마키코)에 보면 교육에서 중요한 비인지 능력 두 가지가 나옵니다. 바로 자제심과 끈기입니다. 성공의 열쇠는 끈기입니다. 재능과 끈기는 별개랍니다. 재능이 있어도 끈기가 없으면 성공은 힘들다지요. 실패는 영원히 지속되는 상태가 아닙니다. 노력하면 다음에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어요. 이걸 믿어야 끈기가 생깁니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시작하고, 실패해도 훌훌 털고 다시 시작하는 거지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241p>(김민식 作)
비록 전화영어는 질렸지만 영어공부를 놓을 수는 없다. 최소시간을 들여 최대효과를 내고싶은 놀부심뽀라 여러 방법을 찾아보았다.
미드로 공부하기: 영어자막을 봐라 or 상관없다 의견은 다양하지만 본인한테 재미있는걸로 많은 시간 봐야한다는 것이 포인트
유투브/팟캐스트 등으로 공부하기: 유명한 연설문, 방송, 노래 가사 등으로 양질의 표현을 얻을 수 있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않고 출퇴근길 등 짬나는 시간 이용 가능.
책으로 공부하기: 필사(통암기), 회화 표현 암기(보통 100일완성 류의 책이 많음)
이 중 내가 선택한 방법은 모임을 통한 영어책 통암기다.
우선 공부방법보다도 꾸준히 오래 할 수 있는 게 나한테는 더 중요했는데, 어떻게 그런 끈기와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을까하는 시점에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김민식 作)'라는 책을 읽고 감명받은 회사 동료분이 이 책에 나온 방법을 참고해서 함께 동아리활동을 하자고 제안하셨다. 영어공부를 함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은 나한테 맞는 방법 찾기보다 일단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5~6명을 모아야하는 동아리라 친한사람들 위주로 은밀하게 컨택했는데 다들 그냥 살기도 바쁘다며 거절했다. 사실 어떤 방식으로 공부할 지 명확히 체계도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같이 해보자고하니 미온적인게 당연했다. 캐스팅을 위해 말 한번 안 섞어본 선배, 동료, 후배들에게도 무작정 플러팅해가며 결국 어찌저찌 6명을 모았는데 이들도 다, 아니 우선 나부터도, 그래서 뭐 어떻게 하는건지 몰랐다. 그저 다들 마음 한구석에 품고있는 영어에 대한 열망으로 모였다.
2. 잘은 모르겠지만 까짓꺼 영어책 한 권 외워보자
취미 삼아 하는 공부라면 그냥 즐겁게 해도 되겠지요. 하지만 인생을 바꾸겠다는 각오로 공부하고 싶다면 무조건 책을 외우세요. 힘들어도 그게 가장 오래가고 가장 잘 남습니다. 화려하고 높은 빌딩을 지으려면 보이지 않는 땅속 기초 공사에 더 공을 들이는 법입니다. 힘든 암송 공부를 버티고 견디는 과정에 내 속에서 무언가가 변합니다. 힘든 시간을 견디어 무언가를 이루면 뿌듯한 자부심이 생겨납니다. 요령을 피우고 설렁설렁 넘어가면 영어도, 사람도 나아지기 힘들어요. 포기하면 거기까지가 내 한계가 됩니다. 버텨야 더 나은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인생을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향상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은 삶을 살겠다는 마음이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8p>(김민식 作)
어리둥절하게 그저 영어 공부에 강제성을 부여받고 싶어 모인 여섯명은 이런저런 논의 끝에 교재는 미국 중학생 수준의 영어책(Global)으로 매주 6페이지씩 외워서 당일 랜덤으로 한페이지씩 암송하기로 했다. 거기에 토플/토익 수준의 영어단어 15개까지!
사실 모든 학창시절을 벼락치기인생으로 어찌저찌 버텨온 나인지라 이번에도 전날 해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와우 이거 도저히 안되는거다. 분명 한문장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돌리면 리셋.. 이 상황이 반복되니 안되겠다싶어 4일정도 매일 한시간씩 투자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첫날엔 10%, 둘째날은 30%, 셋째날은 70%, 넷째날은 90%, 당일은 97%정도 외워졌다. 회원 모두 본업과 현생으로 바쁘면서도 당일이 되면 어느정도 이상은 해오는 터라 망신당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50%, 회장의 책임감 50%(그렇다.. 어쩌다보니 여기서도 회장이다. 물론 여기서도 바지회장이다.), 회화능력 향상을 위한 투자라는 생각 10%. 총 110%의 마음으로 공부한다.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인지, 출산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슬퍼할 시간도 없어 조금씩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는 계기로 생각하니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1n년동안 벼락치기면 오래 버텼다.
3. 한달 해보니까
쉰다는 것은 욕망의 문제입니다.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면, 삶이 고통스럽거나 짧아질 수 있어요. 인생을 건강하게 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운동을 먼저 하고, 나중에 쉬어야합니다.
영어 공부도 똑같습니다. 두뇌는 우리 몸의 5퍼센트도 되지 않지만, 전체 에너지의 20퍼센트를 넘게 씁니다. 에너지 사용이 가장 많으므로, 뇌 역시 멍하니 쉬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 결국 인간을 위대하게 하는 것은 원하는 것보다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행위입니다.
가만히 앉아 미드를 보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일이고, 힘들게 소리 내어 영어 회화를 암송하는 것은 우리에게 필요한 일입니다. 필요한 일을 먼저 하고, 원하는 일은 나중에 하세요. 그게 시간을 배분하는 바람직한 기준입니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239p>(김민식 作)
빡쎄다. 말이 4일간 1시간이지, 퇴근 후 아이랑 놀다가 씻기고 재우면서 나도 같이 잘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버텼다가 다시 나와 거의 10시 넘어서부터 공부를 시작해야한다. 동시에 독서모임 책도 읽어야하고 다음날 아침런닝을 위해서는 일찍 일어나야하니 너무 늦게까지 할 수도 없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유투버 영상도 봐야하고 남편과 대화도 빼놓을 수 없으니 저녁시간이 너무 짧다. 그래서 출퇴근시간 지하철, 근무시간 등을 틈틈히 활용한다.(팀과장님 눈감아)
그래도 동아리 활동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단어시험(틀리면 개당 500원) 벌금을 낸 적 없고 문장 암기도 90%정도의 정확도로는 하고 있는 것 같다. 동아리원 중에서는 머리가 좋아 전날 혹은 당일에 외워서 80%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 암기력 굉장히 부럽다. 나도 그만한 능력이 있으면 좋겠지만 말했듯 이제 그 능력은 과거의 영광임을 받아들였고, 새로운 능력을 기르고 있는 중이다. 끈기.
매주 동아리에 나가는 것도, 며칠간 조금씩 하면서 점점 완성에 가까워지는 것도 지금껏 나에게 부족했던 끈기를 기르는 의미있는 과정이다. 게다가 모두 열심히하는 열정맨들이라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기존 방식을 보완, 발전시켜나가니 매주 부담되면서도 기대가 된다. 공부를 지속함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인 끈기와 재미를 모두 지니고있는 동아리 활동이 나한테 잘 맞는것 같다. 그리고 오래 함께하고싶다.
외전.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책을 읽고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어책 한 권 암기를 통해 기초 회화 실력을 다질 수 있다.'를 설명하는 책이다.
의구심을 갖는 독자와 주변사람들에게 본인의 경험을 통해 실제로 가능했음을 알려주는데, 작가는 영어회화에 재능은 필요없다하지만 책을 읽고나면 확실히 저자에게는 재능이 있다. 지능도 어느정도 있다 생각하지만(부모가 교사에 본인은 한양대에 통번역대학원까지 나온 스펙이 어디 평범하다 할 수 있는가) 가장 큰 점은 '중꺾마'이다. 유학을 갈 수 없는 상황이나 주변의 우려에도 굴하지않고 자신만의 방식을 설정한다음 그걸 믿고 그대로 계속 해나간다. 그 꾸준함, 열정, 긍정적인 마음 등이 무한한 가능성으로 확장되어 다른 도전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이런 재능이 너무도 부럽고 닮고 싶고 많은 동기부여가 되었다.
이 책은 사실 우리 동아리 개시 전 읽기로 했는데 이 또한 강제성이 없으니 미루다가, 한달이 지난 시점에서 한번 다같이 읽고 오기로 했다. 한달이 지나니 나를 비롯해 약간 열정이 식는 회원들이 있었는데 우리 방식에 대해 의논하면서 다시 열심히 하고싶은 열정을 얻었다.
영어공부 방법 뿐만 아니라 의미와 동기부여까지 함께 얻어갈 수 있는 책인지라, 다시금 마음이 시들해졌을때 또 펼쳐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