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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레MARE May 21. 2023

나를 두고 가는 것은 용서 못해

설명하고픈 별세계

사랑을 마치 보송한 빨래처럼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면 좀 신기하다. 내가 기억하는 사랑은 처음에는 매력적이고 향긋했지만, 종내에는 닦아내도 닦아내도 왠지 끈적이는 무언가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또 시작이군. 이런 생각이 먼저 든다. 나에게 사랑이란, 왠지 두리번거리게 되는 의심스러운 향기 같다. 그렇게나 찾아 헤매면서도 이상하리만치 도망치고 싶다.


 사랑은 결단이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나름대로 그린 이상형이 있지만, 결국 내가 사랑하게 된 사람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상형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서로의 삶의 방식, 취향, 논리가 존중할만한 것이라 여겼기에 서로 많이 달랐지만 우리는 함께했었다. 그러니까 상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사랑의 본질은 상호에 대한 존중과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모든 부분을 존중하고, 존중을 하는 과정에서 나를 희생하게 되는. 그리고 동시에, 나를 나 자체로 존중받고 상대의 희생을 받는 그런 멋진 경험이 사랑이다. 내가 존중받지 못하거나 상대를 도저히 존중할 수 없을 때, 상대가 희생을 꺼리거나 나의 희생이 보답받지 못하는 것 같을 때 이별을 생각하겠지.


 모두들 스스로가 조금 별나다고 생각하면서도, 세상에 한 명 정도는 나를 통째로 받아줄 거라는 환상을 품는다. 누군가가 나의 별난 세계를 존중하고 그대로 품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게 너인가, 하고 자꾸 두리번거리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나를 존중할 수 없다며 떠나는 것은 꽤나 아프다. 나를 미쳤다고 하는 건 괜찮지만, 나를 두고 가는 건 용서 못한다. 나의 미친 세상을 존중해 주고, 곁에서 지켜봐 줬으면 하고 바란다.

 다들 자신만의 광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나에게는 중요한 사안이지만 남들이 봤을 때는 좀 별난 구석. 다들 조금씩은 미쳐있다는 얘기다. 지나간 인연들을 떠올려보면, 내 세상은 적당히 미쳐 있어서 충분히 받아들여질 만한 것인데, 서툰 나의 표현이 그들을 지레 겁먹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나의 별세계를 잘 설명하는 방법을 간절히 배우고 싶다. 사람들이, 내가 사랑하는 이가, 나를 사랑하는 이가, 내 세상을 존중할 수 있도록.


- 당신들만큼 미쳐있는, 나의 별세계를 설명하고픈 M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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