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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왕자 Dec 06. 2023

혼자서 맨발 걷기를 하다

어두컴컴한 저녁, 맨발 걷기를 한다.
비가 오든 말든 상관없다.
발이 얼든 말든 상관없다.

내 가슴엔, 아직 작은 불꽃이 살아있다.


아무도 없다. 


날씨가 쌀쌀하다. 비까지 온다.

하긴,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맨발 걷기 하기 정말 좋은 날이다!


날씨가 그래서인가? 벌써 한밤중 같다.


깜짝이야! 

생각지도 못한 만남이다. 너 여기서 뭐 하니?


개구리 한 마리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비켜서질 않는다.

너의 당당함이 부럽다. 좋다.

춥다, 얼른 들어가라.




세상을 혼자 걷는 기분이다. 가슴을 쫙 편다. 

멋지다, 나란 녀석.

이리저리 잘 헤쳐나가고 있다. 고생이 많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돈과 명예에 목숨 걸지 말고. 

작은 것들이 소중해.

사랑과 기쁨과 성취를 차곡차곡 쌓아가면 좋겠어.


하루하루 새로움을 더하고 익숙함을 덜어내고.

감사함을 더하고 미움과 다툼, 시기와 불평을 덜어내고.

늘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어.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해.

가진 것 없어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가자.


소중한 것들은 결국, 사랑으로 지켜나가는 거야.




다시, 책 읽기를 부지런히!


문장 하나하나가 설렘이 되고

슬픔과 두려움이었던 시간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감동과 충격으로 방황했던 지난날들.

흔들렸지만, 나는 진정 살아있었다.


코스모스를 만나 밤마다 새로운 별을 찾았고

백석을 만나 가슴 한 편에 시를 품었던 나.

혼불을 읽으며 우리말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에 전율했고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읽으며 나 자신이 부끄럽고 한심해서

잠을 이룰 수 없었던 나.

그리고 어린왕자처럼...


의미와 목적이 분명한 창조적인 삶을 일궈나가자.

창조적 무사가 되어 무기력함 앞에서 절대 무릎 꿇지 말자.


어둠 속에서 도서관 불빛이 흐릿하게 흔들린다.

촛불같다.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살아있다.


서가를 가득 채우고 있을 책들과

책들을 가득 채우고 있을 문장들

우리, 다시 친구가 되자.


우리, 다시 연인이 되자.  




아무도 없는 세상. 나 혼자만 존재하는 세상.

일상에서 하지 못했던 생각과 상상을 한다.

재미있다. 특별하다. 머리가 맑아진다. 가슴이 뻥 뚫린다.


싸우는 법과 싸우지 않는 법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나.

상처 주는 법과 상처 주지 않는 법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나.

상처받는 법과 상처받지 않는 법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나.


조심조심,

이 사람 저 사람 부딪치지 않고 잘 지내왔던 것처럼 보이는 나.

하지만 피곤하다. 힘들다.




아무도 없는, 

아주 잠깐의 이 세상이,

나에게는 선물이다.


나 혼자만의 길을 오롯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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