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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이 끝나갈 즈음

by 최승돈

“왜 프리 안 하느냐?”

“이제 사장 안 하나?”


내게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해 주는 얘기로 다 이해를 한다. 하지만 내 안일한 삶과는 애당초 큰 거리가 있는 얘기들일뿐이다. 프리랜서가 돼서 큰돈을 벌어 본 것도 아니고 변변히 승진도 못해 봤지만, 덧없는 것에 현혹돼 무리하게 살다가 험한 꼴을 보지 않아 참 다행이고, 내 나름 안락한 인생을 살아온 데 대한 큰 감사가 있어 또 다행이다.


수신료국에 파견된 뒤 10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생소한 업무와 공격적인 민원 탓에 때로 애로가 있었지만, 친절하고 따뜻한 동료들 덕택에 무난히 보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내 이 업무만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나?’ 같은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기로 결심했던 바다. 그러나 정년을 몇 년 남겨놓지 않아 1년 1년이 더욱 소중한 때에 평소 하던 일에서 벗어나 있어야 한다는 것은 고통이 아닐 수 없었다.


정해졌던 기한보다 조금 일찍 아나운서실로 복귀하게 된다고 한다. 올해는 건너뛸 수밖에 없나 보다 싶었던 전국체전, 장애인체전 중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예상치 않게 돋보인 적도 여러 차례 있지만, 굳이 화려하지 않아도 보람찬 삶을 지속해 살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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