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닐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내가 이 일을 왜 하고있지?”였다. 매일 보던 풍경이, 익숙함이 아닌 지루함으로 느껴지던 시기가 왔을 때, 점심시간이 더 이상 휴식이 아닌 일의 연장선이 되었을 때 종종 ‘현타’를 느꼈다. 사실 자주 느끼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실수할까봐, 틀릴까봐 전전긍긍하며 배웠던 일은 어느샌가 너무나 익숙해졌고 하루에 적지 않은 시간을 이 공간, 그리고 이 일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 나를 답답하게만 만들었다. 확실한 것은 이 익숙함이 편안함을 가져다 주진 않는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시간을 사무실 안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며 지내고만 있었다. 물론 한달 한 번 통장에 급여가 찍히는 것을 보면 잠시 잠깐의 안도감을 있었다. 일하다 피곤하면 어느때라도 커피를 사마실 수 있고, 눈이 피로하면 루테인을 사먹을 수 있고 영 혈액순환이 되지 않는 것 같으면 쿠션이나 발받침대를 살 수도 있다. 근데 생각해보니 피곤, 피로 등의 원인이 회사인데 회사에서 번 돈을 회사에서 더 오래 있기 위해 쓴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왜 돈을 버는 것이고, 왜 일을 하는 것인지, 이 안도감이 정말 나를 위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나의 집중력은 그리 길지 않아서 책상에 앞에 한 2시간만 있어도 몸이 뻐근해진다. 그럴때는 중간에 사무실을 나와 짧은 산책을 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창밖의 하늘을 보곤 했다. 창 밖 너머의 풍경은 요란한 간판들이 덕지덕지 붙은 회사들뿐이었지만,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색과 하얀 구름들이 소중했다. 그렇지만 다들 조용한 가운데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마우스 딸깍이는 소리만 들리는 이곳에서 그 시간조차도 나에게는 눈치가 보였다. 해가 뜨지도 않은 아침부터 일어나 사무실로 출근해 하루 대부분 모니터의 빛을 쪼이고, 퇴근해 사무실을 나오고나면 어두컴컴한 풍경을 본다. 나는 이런 삶이 재밌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더 나면 회사 근처 공원을 산책하곤 했는데, 그때의 푸른 풍경들 속에 나를 두는 것이 가장 편안했고 그 때가 숨쉴만하다고 생각했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내가 여기를 그만두면 어디를 갈 수 있을까, 내가 너무 안일하고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쥐어짜내듯 회사를 다니고 있을 무렵,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
그동안 차곡히 쌓아왔던 마음들이 누적되어 퇴사라는 행동으로 보여졌다고 생각한다. 누가 뭐라든 일단은 내 삶을 살고 싶었고 자립하고 싶었다. 타인의 인정과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고 그럴 수 있을 때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다시 돌아보고 그것을 중심으로 한 루틴이 내겐 필요했다.
사실은 퇴사 후 이런저런 계획은 많았는데 당장 뭐부터 해야할지 감이 안 잡혔다. 퇴사 후 건강한 루틴을 잡는다는 것이 사실은 말이 쉽지, 생각을 현실로 만들려면 내가 하나씩 경험해보고 세워나가는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야한다, 저렇게 해야한다 등의 많은 말이 들려왔지만 혼란한 내 마음 가운데 나는 당장 떠오르는 것, 산책을 먼저 해보기로 했다.
하루 중 한 시간씩 동네 공원을 산책하는 것이다. 내가 회사를 다녔을 때도 가장 숨쉴만한 했던 시간인, 자연 속을 걷던 시간, 내 마음이 다독이기 위해 혹은 잠시라도 이 답답함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찾았던 시간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