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돈의 관계
"우리 농부는 땅만 넉넉하면 악마나 다른 그 누구도 무서워할 것이 없다." 농부에게 땅이 있다면 남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농부 파홈이 있었다. 악마는 이 이야기를 듣고 땅으로 너를 사로잡겠노라 한다.
어느 날 마을의 지주 한 사람이 땅을 판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파홈은 그 땅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저축한 돈과 가족, 친지들에게 모두 돈을 빌려 그 땅을 매입한다. 그토록 소원하던 땅주인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무척 행복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삶의 문제가 생기자 땅이 좁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해마다 풍년이 되는 비옥하고 넓은 땅을 분양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큰 마음을 먹고 그곳으로 이주한 파홈은 정말 적은 돈으로 많은 땅을 사서 큰 땅 주인이 되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비옥하고 넓은 땅이었다. 그런데 파홈은 이 땅도 비좁게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홈은 길 가던 상인을 만나게 된다. 이 사람은 먼 어느 지역에서 오는 길인데, 그곳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엄청난 소식을 알려준다. 그곳은 적은 돈으로 엄청나게 넓은 땅을 가질 수 있는 곳이었다. 땅을 얻는 방법도 간단했다.
"땅값이 얼마인가요?"
"여기서는 자기가 시작점에서 출발하여 해가 지기 전에 시작점으로 돌아오면 표기한 모든 땅을 가질 수 있습니다. "
파홈은 시작점에서 출발해서 마음에 드는 땅을 표기하며 걸었다. 시작점으로 돌아가려 할 때 더 좋고 비옥한 땅이 보여서 멈출 수가 없었다. 정신 차려보니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그는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뛰고 또 뛰었다. 숨이 가빠왔다. 하지만 저 언덕만 넘으면 된다는 생각에 참고 계속 달렸다. 파홈은 해가 완전히 지기 전 시작점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는 너무 뛰었던 탓인지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파홈은 고작 2m의 땅에 묻혔다. 그에게 필요했던 땅은 결국 자신이 묻힐 만큼의 작은 땅이었던 것이다.
톨스토이의 우화 중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이다. 톨스토이는 그 옛날 사람이지만 인간에 대한 고찰이 대단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야기에서 나오는 파홈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욕심이 없는 사람은 없다. 욕심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다. 그렇다면 부자들도 돈이 많을수록 행복할까? 나는 그 생각을 책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도리스 메르틴의 <아비투스>에서는 '경제 자본'을 설명하며 부자와 행복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다.
돈은 인간에게 굉장히 상대적이다. 억만장자에게 돈이 최고의 기쁨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통장에 돈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면 다르다. 그들에게는 돈이 엄청난 행복감을 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앵거스 디턴(Angus Deaton)은 사람이 기쁨의 환호를 지르는 경계에 대해서 발표했다. 평균 소득보다 약 10% 높은 수준까지는 월급이 오를 때마다 안도감을 느낀다. 물질적 안정감이 커지고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누릴 수 있고 매년 여행도 다니고 이웃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당연히 재산 증식의 기쁨이 아주 크다.
고소득층에서도 돈의 증가는 당연히 유쾌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 기본 욕구를 비롯한 많은 것이 이미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계 효용'이 발생한다. '한계효용'이란 일정한 종류의 재화가 잇따라 소비될 때 마지막으로 소비된 것의 심리적 만족을 말한다.
비록 경험은 물질보다 유용성이 천천히 떨어지지만 그 유용성이 증가하지 않으면 새로운 경험 역시 시시하게 느껴진다. 무더위 끝에 찾아온 선선한 여름밤은 처음엔 아주 반갑지만 선선한 밤이 닷새째 이어지면 첫날만큼 반갑지 않다는 것을 다들 경험해보지 않았나? 또한 여러분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었을 때 또 같은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면 먹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한계 효용'은 돈이 많은 부자들의 행복감을 많이 채워주진 않는다.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사회학자이자 행복 연구가인 얀 델 하이(Jan Delhey)가 이것을 쉽게 공식화했다. 그의 행복 레시피는 '소유하기, 사랑하기, 존재하기'이다. 다시 말해 돈, 관계, 의미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우리는 살 가치를 느낀다.
조금 더 부자들의 생각을 살펴보면, 돈의 장점은 바로 자유다. 사회학자 라이너 치텔만이 이것을 발견했다. 그는 <슈퍼리치의 심리학>을 쓰기 위해 억만장자 45명에게 물어봤다. "돈은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합니까?" 응답자들은 다음 세 가지를 꼽았다. 독립성, 아이디어 실현 가능성, 안전. 자기 확신이나 물질 소비는 순위의 한참 뒤에 있었다.
부자들이 구매력보다 자기 결정권을 더 중시하는 까닭을 빌 게이츠가 간단히 설명한다. "나는 사람들이 수십억 자산을 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거기에 실체적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언하건대 그 이상을 가지더라도 햄버거는 다 똑같은 햄버거다."
돈이 주는 자유는 감정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여유에서 생기는 안정성 독립성이 생긴다. 위의 행복 레시피에서 돈은 다른 것들에게 자연스럽게 필요하게 되는 필요조건인 셈이다. 생각해보니 대학 시절 공부하던 교육학에서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 이론에서도 위의 생각을 응용할 수 있다. 매슬로우는 인간을 능동적으로 바라보았으며, 결핍 욕구와 성장욕 구로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다. 결핍 욕구인 생리, 안전, 사회, 자존감은 위의 행복의 조건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반드시 돈이 충족되어야 관계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돈이 있을 때 우린 더 간단하게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성장 욕구인 자아실현, 지적 욕구, 심미적 욕구 등도 마찬가지로 돈과 관계가 형성된다면 성장의 의미로 자신을 가꿀 수 있는 동기가 될 것이다.
이렇듯 돈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행복의 조건 중에 한 가지임에는 분명하다. 그럼 나에게 행복을 주는 돈의 규모는 어느 정도 일까?
2020년 4월 신한은행에서 나온 '보통사람 금융 생활 보고서'를 참고해보자. 가구 총소득을 순서대로 20%씩 다섯 개의 구간으로 나누면 상위 20%의 월평균 총소득은 902만 원이고, 순서대로 566만 원, 453만 원, 319만 원이며 하위 20%는 189만 원이다. 또한 2020년 kb금융 경영연구소에서 나온 '한국 부자 보고서 '에서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현금 및 예적금, 보험, 채권 등의 금융상품에 예치된 자산의 합)을 '한국 부자'로 정의했다.(이 수치는 32만 4천 명으로 한국 인구의 0.68%에 불과하다.)
객관적으로 알아보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저 정도의 자산을 소유하고 월소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부자는 조금 다르다. 저 수치를 추구한다면 행복을 위한 부자라기보다는 톨스토이 이야기의 파홈처럼 돈만을 좇는 부자가 될 것이다. 나의 행복 레시피 돈, 관계, 의미를 충족하는 부의 기준은 '여유'다. 여유는 느긋한 태도를 말하기도 하지만, 마음속 자존감과 관계의 안전을 상징한다.
'내 삶의 주인은 나다.'
'내게 어떤 일이 닥쳐와도 극복할 수 있다.'
'내가 하는 것들은 모두 성공할 수 있다.'
여유는 나의 소중한 사람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나와 끈끈한 관계로 맺어져 있는 많은 사람들. 이 사람들을 지키고 내가 하고 싶은 생각과 행동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부자의 여유다. 가족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고민 않고 할 수 있게 하는 여유, 내가 무엇인가를 도전할 때 적어도 돈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여유, 리스크가 있지만 도전할 수 있는 여유 등 나의 돈에 대한 생각은 여유로 모두 귀결된다. 얼마 전에 TV에 오뚜기 회장 딸이 나와서 밝은 모습으로 방송하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와 사이가 정말 좋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거침없이 실행한다. 뮤지컬 배우이며 유튜브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구김 없이 드러내는 모습을 보았다.
내가 생각한 여유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부모는 치열하게 살아 쟁취했겠지만, 결국은 그 여유를 가졌고 그 아비투스는 대물림되어 자녀는 구김 없이 자란다. 당연히 이처럼 대단한 부자를 바라지 않는다. 그들의 수치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부자의 태도는 배울 수 있다. 익힐 수 있다. 그렇게 배우지 못했어도 아비투스를 깨닫는다면 틀을 깰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여유를 위한 돈이 필수불가결이다. 나의 장기 목표는 바로 이러한 경제적 자유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의 일을 더욱 열심히 하고 즐겁게 한다. 또한 나의 주변 관계를 위해서 저축하고 투자한다. 결국은 우리의 여유를 위해서 앞으로도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해내면서, 저 확실한 목표를 향해 꾸준히 한 발 한 발 나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