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뮤지컬 <그날들> -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어떤 노래의 제목이나 가사에
계절이나, 날씨, 분위기를 드러내는 말들이 있으면
그 계절이 찾아올 때마다 노래도 어김없이 함께 떠오르고 마는 경험,
없으신가요?
막상 가사의 깊은 의미를 되새겨 보면 나랑 별 관련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다가도
그 제목 때문에 역시 들어줘야겠다 싶어지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아주 직관적인 연상으로요.
예년보다 늦게 시작된 가을이 그 아쉬움을 달래기라도 하듯 오래 버텨주고 있는 올해.
그러나 그저 맑은 날만은 아닌, 오늘처럼 흐린날도 잦았던 올 가을엔
이 노래가 자주 떠올랐습니다.
바로 故김광석의 '흐린 가을에 편지를 써'입니다.
노래는 이렇게 시작하죠.
비가 내리면
나를 둘러싸는 시간의 숨결이 떨쳐질까
비가 내리면
내가 간직하는 서글픈 상념이 잊혀질까
난 책을 접어 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中
대부분의 노래들이 아무래도 후렴구가 유명하기 마련이니
우리는 그 도입부를 잘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요.
하지만 이 노래의 첫 소절은
후렴구의 멜로디에 묻히거나 잊히기엔 너무나도 시적이고,
나도 모른 채 간직하고 있던 우울을 씻어주는 듯합니다.
이렇게 김광석의 노래는 지금까지 살아 남아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리며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죠.
2013년에는 그의 탄생 50주년을 기념하며, 그가 남긴 수도 없는 명곡들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 셋이나 초연되기도 했습니다.
그중 지난 2023년 10주년 공연까지 총 여섯번의 시즌까지 사랑받은 작품이 있는데요.
바로 뮤지컬 <그날들>입니다.
2013년 4월 초연된 뮤지컬 <그날들>은 국내 인기 창작 뮤지컬인 <김종욱 찾기>, <형제는 용감했다> 등의 장유정 연출이 쓴 작품입니다. 김광석의 노래를 가지고 만들었지만 그의 삶이나 시대적 배경을 그린 것은 아니고,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어떤 비밀을 덮으려는 정부와 이에 휘말린 인물들의 사건과 대통령의 딸과 경호인이 실종되는 사건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전개되는 새로운 내용과 구성을 보여줍니다.
김광석의 노래들 역시 소위 '뮤지컬스럽게' 편곡되거나 합쳐졌는데요. 그러다보니 김광석과 그의 노래가 가진 특유의 감성을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노래들을 적재적소에 맞게 배치하여 서사를 살린 것을 보면 또다른 시너지의 감동을 받을 수도 있는 작품이기도 해요!
2013년 유준상, 오만석, 최재웅, 오종혁, 지창욱 등이 주연으로 캐스팅되었던 초연 이후, 엄기준, 규현, 이건명, 온주완, 민우혁, 정성화, 조형균 등의 배우들이 참여했고,
특히 주연인 정학 역의 유준상 배우와 서현철, 이정열, 김산호, 박정표 등의 배우는 전 시즌에 출연해 작품을 빛내기도 했습니다.
그럼, 오늘의 곡이 이 작품에서는 어떻게 불리는지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먼저 이 버전으로 노래만 감상해 보시고,
https://youtu.be/saJVch__4t8?si=OttLKHE5e6AkdTeV
그리고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만나 보시는 거죠 !
https://youtu.be/nAXI_WTbMek?si=T9ALRq_GrzGfxtI0
오늘 이 노래와 함께,
마음속의 상념은 씻어지고 잊혀졌던 꿈을 다시 그려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커버 사진 출처: 인터파크 티켓 공식 예매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