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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호두유네집 Sep 10. 2020

서툴러도 괜찮은 아내 도시락

오늘도 서툴지만 사부작 괜찮은 음식을 만들어볼까나



코로나 시대에 먹고살려고 나가는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싸주기로 마음먹었다


아침은 잠이 많아서 점심은 회사에 있으니 저녁은 귀찮아서 임신을 해서 아이 키우느라 직장 다니느라 내가 한 음식은 무맛무취(진실) 온갖 합리화된 이유로 주방과 멀리한지 오래된 그 어느 날. 코로나로 가정보육을 시작했고 아이와 삼시세끼 집밥을 먹으며 문득 떠오른 남편 (갑자기?) 남편이 제대로 된 끼니를 먹는건 only 점심뿐인데


'오빠 코로나 위험하니까 식당 가지 마'

'뭐 사러가는 것도 사람 많은 곳은 가지마'


이건 뭐 밥을 먹으란 건지 말란건지

그래서 남편의 점심을 책임지겠다 결심했다


.

.


먼저 도시락통부터 구매했다. 왜 매년 연초에 다이어리를 대차게 쓰겠다며 구매하는 것 같은 느낌이 살짝 많이 들었지만 용기내어 도시락통을 구매했다. 1단은 간에 기별도 안가겠고 2단 이거 먹고 생활 가능하나 그래 3단 정도는 되어야지. 그렇게 3단 도시락을 구매하였고.





정말 대대손손 생색내고픈

*경* 도시락 그랜드 오픈 *축*.JPG


사고보니 도시락통은 감당하기 힘든 크기의 벌크업 도시락이었고 약간 취사병 느낌으로 말없이 묵묵하게 대용량 도시락을 만드는 그렇게 아이와 내가 그날 먹을 양까지 박박 긁어다가 만든 첫 번째 도시락이 완성되었다.


이 날은 그냥 남편 잘해먹이고 싶은 마음이 앞선 도시락이었다. 약간 엄마감성이랄까. 그래서 많이 먹고 힘내라고 혼자 먹는 도시락을 대략 3-4인용으로 싸주었나봄.

혼자가 아니야 오빠, 우리 함께야 (음식양이,,)


이 날의 메뉴는,

오리주물럭 / 당근감자채 / 계란말이 / 리코타치즈샐러드

디저트는 아이와 함께만든 당근 컵케이크와 방토


yame(야미말고 야메) tip

오리고기 특유의 잡내를 싫어해 (의외로 예민한 편 풉)

주물럭하기 전 다진마늘에 오리고기를 살짝 재워둔다

(생긴것처럼) 참을성이 없는 난 30분 정도 코 재워둔다


철학과 감성을 담은 낭만적인 도시락의 세계는 없었다. 눈 뜨자마자 물맞춰(열맞춰) 취사버튼 누르기 바빴고 좁은 주방 한켠에서 혼자서 아메리칸 쉐프 느낌의 정신머리 없는 영화를 찍는 느낌이었다(그건 맛이라도 있지)


여튼 나의 첫 도시락은 마음만 앞선 '엄마 마음'

라면 하나 끓여줘도 맛있다 고맙다를 연발하는 수더분한 입맛을 자랑하는 내 다정한 남편에게 무언가를 해주고싶은 마음과 너의 위는 내가 책임지겠단 책임감의 콜라보.


무엇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서툰 아내이지만

아침 7시 30분 (아뿔싸 그 전엔 눈 뜰줄을 모른다는)

오늘도 서툴지만 사부작 괜찮은 음식을 만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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