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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Sep 10. 2023

임산부 배려석에 앉는 사람.

최근 들어 임산부 배려석에서 배려를 받지 못하는 임산부 이야기들이 눈에 띈다. 아마도 퇴근하면서 자주 마주치는 만삭의 임산부가 매일같이 서있는 걸 봤기 때문에 더 마음이 쓰이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임산부 배려석에는

"이 자리는 임산부를 위한 자리입니다. 양보해주세요!"

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양보해주세요. 가 아닌

양보해주세요!

무려 느낌표가 들어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민족인가.


"당시시오"가 적혀있는 문을 부술 것처럼 밀다가 튕겨 나가기라도 하면

'아. 밀면 안된다고 크게 써놓건가!'

라고 투덜거리는 민족이 아니던가.


"양보해 주세요!"라고 하는 말을 듣지 않았다가 경찰에 잡혀가거나 누군가에게 몰매를 맞지 않는 이상 들을 턱이 없다.


특히, 60대 여성들.


특정 세대, 성별을 비하할 생각은 아니나 꼭 임산부 배려석엔 60세 전후의 어머니들이 앉아있다. (나의 어머니도 비슷한 나이인지라 자꾸 그들에게 눈이 간다.)


그들에겐 딸이 없다.


내 아들 잡아먹을 못된 며느리들만 존재할 뿐.


그런 며느리가 임신해서 배 좀 불렀다고 유세 떠는 꼬라지는 죽어도 못 볼 거다.


"나 때는 만삭에도 다 나가서 밭일하고 시장통에서 장사하고 다 했어! 어디서 내 아들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사는 주제에 유세야 유세는?!"


그런 그들에게 생판 본 적도 없는 만삭의 여인이 눈앞에 다리가 퉁퉁 부어 서있건 말건 알게 뭔가.


어느 날은 옆에 서있던 아주머니가 보다 못해 앉아있는 아주머니를 혼냈다.


"저기 만삭 임신부가 서있잖아요. 여기 임산부 배려석인데 아줌마가 앉아있어서 임산부가 못 앉은 거잖아요."


앉아있던 아주머니는 당황한 척 연기를 한다.


"아이고. 내가 몰랐네."


그러곤 그냥 옆으로 스윽 가버리고 서있던 만삭의 임산부는 어찌할 바를 몰라 쉽게 앉지도 못하고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


나도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대놓고 혼내지 못한 내 스스로가 다음이라고 갑자기 바뀌어서 "아줌마! 저기 임산부 서있는 거 안 보여요?!"라며 폭발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나는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있으면 일단 앉고 본다.


그리고 임산부 배지를 차고 있는 여성을 열심히 찾아 헤맨다.


내가 안 앉으면 무조건 60대 여성들이 차지하고 자는 척, 핸드폰 보는 척을 했을 그 자리에 앉아 제 주인이 올 때까지 자리를 맡아둔다.


임신 초기의 여성들이 서있을 때는 티가 안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은 전부 '핑크 배지'를 하고 있기에 자세히 들여다만 보면 알 수 있다.


"임신부다!"


앞으로는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지 말고 젊은이들이 앉아 쉬이 양보해 주는 문화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임산부가 대체 왜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는 거야?"

라며 짜증 내고

"앗싸 임산부석 비어있다!"

라고 냅다 차지하고선 양보하지 않는 일부 사람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임산부 배려석에는 언제든 자리를 양보해줄 사람들만 앉고 임산부들은 당당히 "저 임산부인데요!"라고 말하게 된다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참 아이를 갖고 키우기 쉽지 않은 나라임엔 틀림없다. 하하... 여러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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