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이걸로 뭐가 그렇게 속상하냐 싶을테지만 요리는 나의 작품과도 같다. 정성을다해 만든 작품이 실수로 한순간에 날아갔다. 원래도 평생 남는 작품은 아니라지만 요리의 본래 목적은 내 뱃속에 들어가 일용할 양식이 되고 혀에서 행복을 선사하는 것인데, 행복을 맛보려던 기대감이 와장창 깨어지는 그 순간의 좌절은 말로 다 설명할 수가 없다.
오랜만에 단골집 짬뽕이 너무 먹고싶어 배를 쫄쫄 굶으며 1시간을 운전해서 갔는데 "금일 휴업"을 발견했다거나,
저녁도 못 먹고 야근한 뒤 냉장고에 남아있는 치킨을 데워먹으려 냉장고 문을 딱 열었는데 언니가 먹어버렸다거나,
내일 먹으려 최애 베이글을 하나 사서 냉장고에 넣어뒀는데 남편이 홀랑 먹어버렸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부평에서 태국음식을 먹으며 너무 맛있다며 행복해했던 내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음식 하나로 기분이 널을 뛸 수 있는 나란 사람, 참 단순하기 그지없다.
식재료를, 나의 소중한 요리를 다시는 낭비하지 않을테다 또 한번다짐하며 눈물을 닦고 냉장고에 남아있던 순댓국으로 식사를 한다.
(이것도 맛있긴 하네. 훌쩍)
좌: 상해서 먹지 못하게 된 아까운 요리/ 우: 내 마음을 달래준 가지냉국 (순대국 사진이 없어서 사이드로 먹은 가지냉국 사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