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lmom Mar 17. 2022

더 체어(ft 국뽕이 스멀스멀)

막내 조연출때(그땐 mbc 피디였다. 그리고 일밤에 막내 오브 막내였다)

누구나 그렇듯, 하지만 몇배는 더 예민한 성격탓에 일요일 밤은 내일의 출근때문에 지옥같은 시간이었다. 자취시절이라 TV를 켜놓고 자기 일쑤였는데, 우연히 일요일 밤에 KBS에서 더빙 버전의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게 됐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한 드라마는 아니었는데, 내일의 지옥을 잠시 잊게 해주는 마약 아닌 마약이었다. 

사실 입사 전까지만 해도 미드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찾아보지도 않았는데, 아마 그 때 부터 였나보다. 의사들이(사실 의사는 뭐 양념같은거고) 얘가 얘랑 사귀다가 쟤랑 또 사귀다가 헤어지니까 또 얘랑 사귀고 아무튼 그 신세계를 그때 맛보게 되었다. 더불어 산드라오라고 하는 한국 아줌마(한국 기준으로 너무 아줌마 비주얼이라고 생각한건 나의 짧디짧은 생각이었지)까지 나오니 더욱 신기.

그뒤로 너무 많이 흘렀지만, 이 아줌마 산드라오가 주인공이라니! 그것도 넷플 드라마에서! 원탑이라니!

내 안에 국뽕이 솟구쳐서 보게 된 넷플의 보물


싱글맘이자 자신의 대학에서 최초의 아시아계 여자 학장의 고군분투기. 나이들고 인기없어진 교수들을 잘라야하는 미션과 동시에 나치를 옹호한다고 오해받은 동료(이자 썸남)교수를 사수해야하며, 인기강사지만 전임으로 가지 못한 후배를 챙겨하나는 미션, 거기에 더불어 입양한 딸은 자신을 엄마라 오롯이 받아들여주지 않는 다는 숙제까지. 

감투는 썼지만, 상처뿐인 영광에 정신없는 싱글맘인 그녀가 애처롭지만 멋있고, 귀엽기까지 하다. 

국뽕으로 시작한 드라마지만 이 드라마가 좋았던 건 어떤 영웅이나 일을 제대로 해결하는 서사라기 보단 모든 것이 미완이고 진행중이라는 것. 심지어 70-80에 노 교수들까지도 자기일하나 제대로 처리 못하며 여전히 인생의 쓴맛 단맛 보면서 시행착오중이라는 것. 중년이 와도 노년이 와도 역시나 인생은 그런거라는 것. 

중간중간 아무렇지않게 등장하는 코미디는 선물같고. 그래서 나는 이 드라마를 이시간에 두번째 정주행중이다. 시즌2를 기대하며!

작가의 이전글 영드)미란다(ft 웃음사냥꾼이 되고 싶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