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 천둥벌거숭이 시절이 있었다. 인생 다 아는 것처럼 까불고, 무서운 것도 없고, 쉽게 사람을 평가하던, 지금 생각하면 진짜 말도 안되던 그런 때.
3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 언저리까지였었던 듯한데 나는 그때 내가 가장 열심히 살고 있고 내 일이 내 인생에 전부라고 생각했으며, 이 일에 모든 걸 쏟지 않는(못한다고는 생각안 함) 사람을 부정하고 무시했다.
우습게도 그렇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타PD, 아니 대표작 하나 없는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그 이상하고 기괴한 시절에 내가 가장 자주 했던 말 중에 하나는 " 안돼, 그 사람 애엄마잖아 열심히 안해" 였다( 모든 엄마들 미안......그 때 그 벌을 나는 지금 받고 있으니 용서 하소서)
그리고 몇년 후(두둥) 나는 애엄마이자 직장맘이고, 휴직을 끝내고 나온 나는 역시 "애 엄마가 할 수 있겠어?" 혹은 "그 전에 뭘했지?" 등의 내가 그 시절했던 말들을 매순간 돌려받으면서 살고 있다(매 순간 분노하는건 덤이고)
그 덕에 <워킹맘 다이어리>는 내 최애 넷플릭스 시리즈가 되었다. 일하는 엄마(전업맘도 마찬가지고)가 단순히 많은 물리적인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몇개의 자아를 가져야 하는지 비로소 알게 된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터와 집을 불리하는 척 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노력은 늘 헛되지만) 그리고 그 노력이 헛될때마다 워킹맘다이어리를 꺼내보며 자기합리화를 한다. 나만그런거 아니잖아!
뭐, 그래봐야 너무 늦게 깨달았고, 여전히 천둥벌거숭이(똥멍청이)같은 사람이 많은 시대에 사는 나는, 그때의 나와같은 사람에게 비슷한 차별을 받으면서 밥벌이를 연명해가고 있다. 어쩌면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다는 요즘 세대들이 나보다 백배쯤 똑똑하고, 백배쯤 인생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더 싫은건, 결국 이 마음의 끝자락에도 내가 잘못하는 것이 없음에도 불고하고 나는 늘 나를 자책하고, 남들을 부러워한다는거다.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 그저 애를 낳고 , 조금 키우고 나왔더니 세월이 흘렀을 뿐인데, 뒤처진것 같고 잘못한거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는 것.
그래서 그냥 하고 싶은 말은.....제발 좀 잘 좀 대해 줘. 사람을 키우는 게 쉽냐, 키우면서 돈버는게 쉽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