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 왔다. 오랜만에 친구집에서 좀 있다가려고 한다. 중간고사이기도 하고 공부하려고 왔다. 그냥 오고싶어서 왔다. 학교를 혼자 걸었다. 학교에 추억이 없는 곳이 한군데도 없다. 그리고 그때마다 정말 많은 추억들과 사람들이 스쳐갔다. 웃음과 울음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래도 내가 학교를 다니며 적어도 외롭게 다니지는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끔은 외로움도 필요했으면 좋겠었다고 생각할만큼 하나 꽉차지 않은 적 없는 나의 학교 생활이었다. 그래서 이곳이 올 때마다 행복하고 좋다. 그만큼 나에게 엄청 많은 행복이 존재하는 곳. 다시 이때로 돌아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하고싶은것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냥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다. 그리고 그 기분을 같이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옆에 존재한다는 것도 큰 기쁨이다. 참 행복했었고 그립다.
학교 다니면서 슬픈 점들도 있었네. 생각해보니 연홍도 떨어졌었고 열정 많던 그때 21살이 한이진은 뭐라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때의 나는 지금 모든걸 잃어버린 것 같다. 행복하고 벅차오르던 그 감정들은 뭐가 문제였던지 모르겠고, 그랬었다. 다들 그런 아픔이 있었겠지, 그때는 그렇게 아팠던 것 같다. 그러면서 또 성장하고 그랬겠지. 그때 어린 시절의 나는 엄청 나게 많은 열정들이 있었고, 다 하고싶었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진짜 열심히 했다. 그런 나는 그 때 한때였던가, 지금의 나는 뭔가 싶다. 모든 것이 너무 만족스럽지는 않은 그런 단계인 것 같다. 그러나 나도 이걸 놓고 물흐르듯 살아가다보면 잊어버리겠지. 그리고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겠지. 내가 욕심이 많고 그러다 보니 그 욕심에서 부응하지 못하면 다 불만족이 되어버린다. 그걸 버려야한다. 안되는 것도 있고, 그건 나와 맞지 않는거였다고 생각하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