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코치 Nov 21. 2020

P대령이 존경받는 이유

조직 구성원들의 불만을 줄이는 방법

 직장 내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도달하면 구성원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임무가 부여된다. 대표나 사장이 모든 직원들을 관리할 수 없기에, 부서/과/팀 등의 소규모 단위로 하부 조직을 구축한다. 소단위 조직의 리더를 임명하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통제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통제하는 자와 통제받는 자 사이의 갈등은 운명적이다. 추구하는 목표와 방향이 같을 수 없기에 행동양식과 가치의 충돌이 발생한다.


 손자병법에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 이라는 말이 있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뜻이 같으면 승리한다는 말이다. 예로부터 승리의 충분조건으로 통제하는 자와 통제받는 자의 목표 일치를 꼽았다는 것은,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방증한다.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상대적으로 더 큰 권한이 부여된 '통제하는 자'가 키를 쥐고 있다. 갈등 통제에 8할 이상의 영향력을 차지한다. 따라서 상급자(관리자)는 조직 구성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한다.


상급자가 조직을 지휘할 때 지켜야 할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정과 평등의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다.


 시대와 사회의 환경에 따라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변화해왔다. 당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훼손되면 사람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중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발화점은 시대와 사회의 흐름에 얹혀 존엄, 자유, 인권, 평등과 같은 사회가치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인권과 자유에 대한 문제가 해결된 지금, 대중들을 분노케 하는 가치는 ‘불공정’과 ‘특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여러 이슈들(시험문제 유출, 공공기관과 기업의 채용비리, 부모 찬스를 활용한 스펙 쌓기, 황제복역, 황제 군 복무) 통해 대중은 공정하지 않음에 분노하고, 특혜를 증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대장으로 근무할 때 중대원 중에 상급부대 P대령의 자녀가 있었다. 같이 부서에 근무했던 적이 있는 분이라 내심 불편했다. 하지만 P대령은 한 번도 내게 전화하거나 아들에 관해 묻는 일이 없었고, 아들 또한 성실하게 복무했다. 동료 병사들은 그의 아버지가 상급부대의 대령이라는 사실조차 몰랐을 정도다.

품격이 느껴졌고, 이후 나는 P대령을 더 존경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도덕성과 투명성 확보다.


 리더는 힘과 정보를 가지고 있다. 힘과 정보를 합리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불만과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리더의 도덕성 문제는 지휘력 상실을 초래하기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휘관에게는 일정 금액의 지휘활동비가 지급된다. 부대 운영을 위해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고, 거기엔 부대원 격려활동도 포함된다. 영수증을 첨부해 자료를 유지하고 매년 감사를 받지만,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자료는 아니다. L준장은 자신의 지휘활동비 사용내역을 공개했다.


 부대 예산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부대원들에게 알려주기 위함이었는데, 게시판의 조회수가 꽤 높았다. 많은 이가 궁금해했던 것이다. L준장은 예산 사용면에서 투명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다른 부대에서 예산 문제가 불거졌을 때,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았다.


마지막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상급자의 지휘활동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기분에 따라 다르거나 대상에 따라 다른 조치를 하면 신뢰를 얻지 못한다. 업무방향과 지시, 포상과 처벌에 일관성을 유지해야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불공정과 특혜 시비를 차단할 수 있다. 구성원들도 예측이 가능하기에 미리 대비할 수 있고, 결과에 수긍한다.


 후배 C대위가 중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1소대에서 병사들의 근무태만이 적발되어 상부 보고 후 공식적으로 처리하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2소대에서 유사한 일이 발생했다. 같은 내용을 상부에 다시 보고하는 것이 부담되어 자체적으로 처리했고, 후에 1소대 병사들이 2소대 소문을 듣고 자신들이 차별받았다고 생각해 상부에 문제 제기했다. C대위는 보직에서 해임되고 처벌받았다.




 조직을 관리하고 직원들을 통제하는 일은 쉽지 않다. 혼자 일할 땐 펄펄 날던 사람도 리더가 되어 조직을 효율적으로 통제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통제받는 입장과 통제하는 입장은 차이가 크다. 그냥저냥 되겠지라고 생각했다간 큰코다친다.


 작은 조직을 잘 이끄는 사람이 큰 조직도 잘 이끈다. 통제받기만 하는 입장에서 통제하는 입장으로 직급이 올라갈 때, 첫 단추를 잘 꿰어 갈등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리더로 성장하시길 응원한다.

이전 18화 제복 입은 이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