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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Nov 20. 2020

제복 입은 이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이유

제복의 무게를 극복하는 방법

 M.I.U.(Man Im Uniform)는 제복 입은 사람을 뜻하는 말로, 대표적으로 군인, 경찰, 소방 공무원이 있다. 제복을 입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복을 입는 사람에게는 소속감과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같은 옷을 입음으로써 너와 내가 같은 조직과 운명에 속해있다는 공동체 의식이 생기고, 공적 업무를 수행함에 자긍심을 느낀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제복만 보더라도 그의 임무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고,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고 제공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복 입은 사람에 대한 시선이 호의적이지 않은 편이다. 곱지 않은 시선에는 ‘부정’하거나 ‘불편’하다는 막연한 편견도 끼어 있는 듯하다.


 10여 년 전 생도 4학년 때 일이다. 공적 업무로 미국에 가게 되었고, 쉬는 날을 기해 외출이 허용되었다. 생도 신분이라 외출 복장은 정복이었다. 동기들과 샌디에고에 있는 해양 동물원인 씨 월드(Sea World)에 갔는데, 군복을 입은 사람은 입장 및 관람료가 무료였다. 자국의 군인뿐만 아니라 외국군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을 보고, 군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예우가 높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더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연장 관람석에서 범고래 공연을 기다리던 중, 장내 방송으로 군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달라고 했다. 주변에서 우리를 쳐다본다. ‘뭐지?’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방송을 알아들었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동기들과 함께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여기 군복을 입고 계신 분들은 우리의 영웅입니다. 박수로 그들에게 존중과 격려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안내 멘트와 함께, 공연장 내 관람객들이 일제히 박수갈채를 보냈다. 타국의 군인에게도 존중을 보내는 그들의 문화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복 입은 사람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왜일까? 제복 입은 이들에게 어떤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인가?


 군인, 경찰, 소방, 공무원 또한 국민의 한 사람이다. 일반 국민들과 같은 생활양식, 상식, 문화를 가진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다. 그들의 언행과, 가치판단, 도덕 수준은 국민 평균과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이다. 특별히 나쁘거나 문제 있는 사람들을 모아 놓지 않았다면 말이다.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거나 일정 학력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은 제복을 입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제복을 입고 있는 이들이 평균 이상의 준법정신과 도덕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바르고 선량한 국민이 제복만 입으면 악행과 부정을 일삼는 악인으로 돌변하는 것일까?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경기를 일주일여 앞두고 맥주를 마셨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경기를 앞두고 음주를 했다는 이유로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다. 생각해보자. 경기 전까지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긴장을 풀고 사기도 올릴 겸 맥주 정도는 마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까지 비난받을 일인가?


 그들이 비난받은 이유는 다름 아닌 ‘국가대표’이기 때문이다. 개인 자격으로 갔다면 경기 직전 술을 먹고 몸에 알콜기운이 남아있는 상태로 경기에 임했더라도 공분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신분이기에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았던 것이다.


 군인은 오른쪽 어깨에 태극기를 달고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그에 맞는 행동과 자세를 기대한다. 군인들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나는 '성직자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제복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본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주길 기대하는 국민의 염원으로 생각하자. 기대조차 없으면 비난하지도 않는다.


 공직사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벽이 낮아지고 투명도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신뢰도는 점차 높아지리라 생각한다. ‘왜 호의적이지 않는지?’에 대한 불만을 갖기 전에, 제복의 의미와 국민의 기대를 이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희망하는 바가 있다. 잘못에 대한 비판은 개선과 발전을 도모하지만, 근거 없는 비난은 사기를 떨어뜨린다. 잘할 때는 칭찬과 격려를 보내는 성숙한 손길이 제복 입은 이들에게도 닿아 그들의 어깨에 온기를 더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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