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코치 Jan 12. 2021

가끔씩 만나 사이가 좋았던 것일까?

 흔히 장거리 연애하면 만날 때 싸울 틈이 없다고들 한다. 오랜만에 보니 할 얘기도, 물어볼 것도 많고 애틋한 마음에 좋은 말을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조금 거슬리는 게 있더라도 오랜만에 봤으니 참고 넘어간다.   

    

 가끔 보는 사이에서는 상대에게 쉽게 관대해진다. 이번만 넘기면 되기 때문이다. 매일 보거나, 같이 생활하는 사이에서 상대에게 관대해지려면 더 큰 결심이 필요하다. 더 자주, 오래 참거나 이해해야 하고, 내 몫을 양보하거나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거리 연애하면서도 충분히(?) 싸우는 경우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장거리 연애가 싸울 일이 적다는 것은 안 해 본 사람들의 오해라며, 막상 해보면 다르다고 한다. 자주 보면 자주 봐서 싸우고, 자주 못 보면 자주 못 봐서 싸운다.


 결국, 갈등은 사람의 문제이지 거리의 문제가 아니다. 싸울 사람은 어떻게 해도 싸우고, 안 싸울 사람은 싸움을 부추겨도 웃어넘긴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싸울 일을 하나씩 줄여나간다.


 2년간 별거 후, 동거생활이 2주가 지났다. 지금 시점에서 판단해보자면, ‘사이좋은 별거부부’는 떨어져 사는 것이 사이가 좋은 이유는 아니었던 것 같다. ‘더 사이좋은 동거부부’로 발전하고 있다. 아내가 나를 배려해주고,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선순환을 오래 이끌어가고 싶다.

      

 올해 어디에서 살지, 어떻게 지낼지에 대해 참 많이도 고민했다. 결국 같이 살 수 있을 때 같이 지내자는 생각에 시골행을 결정했고, 우려되는 여러 문제는 살면서 해결해나가자고 의기투합했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고, 살면 또 사는 것이 사람이기에.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포기할 건 포기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시골생활이, 특별히 부족한 것도 포기할 것도 없는 만족스러운 생활로 이어지고 있다. 우려했던 일도 잘 풀렸다. 막내 어린이집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걱정했는데, 마침 가려고 하는 곳에 한 자리가 비어 거짓말 같이 걱정거리가 사라졌다.

      

 그동안 별거부부를 쓰며 아내와 연애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살았던 지역과 추억을 되짚어 보게 되었다. 쓰면서 즐거웠고, 쓴 글을 한 번씩 다시 읽어보는 내가 또 즐거웠다. 감사하게도 글을 읽어주시는 150분의 구독자분들도 생겼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성장시키는 도구가 된다는 것을 알아간다. 꾸준히, 오래도록 쓰고 싶다.


 사이좋은 별거부부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 별거 때까지 잠시 접어두고, 앞으로 ‘세 남매와 함께 성장하기’로 글을 이어나가려 한다.

      



그동안 부족 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전 19화 장모님, 합의하시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