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할까? 따가울까? 수면 내시경 할 때 느꼈던 마취제가 혈관으로 들어오는 뻐근함이 느껴질까.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가 사뭇 궁금하다.
많은 논란 속,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른 백신을 몸속으로 받아들이려니 걱정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마비가 왔다던가, 급기야 사망한 사람까지 있다는 말을 듣고 마음편한 사람은 없을 테다. 접종기준도 모호해서 30세를 기준으로 접종 대상자를 나눈다니, 사람이 30년을 기준으로 환골탈태하는 것도 아닌데 생체나이로 가르는 접종기준 또한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그런데 접종 날 아침임에도 부대원들 사이에 큰 동요는 없다. 접종 두 시간 전인 지금도 분위기는 차분하다. 나이로 보자면 30년에서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30대들의 불안감이 가장 클 것이다. 대부분 30대 중후반인 동료들은 생각이 깊은 건지, 없는 건지 싱글벙글 담소를 나누며 그저 평화롭다.
지금까지 살면서 독감 예방접종을 10번 가까이 맞아봤다. 독감 예방접종을 맞고 몸살을 앓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나는 한 번도 몸살 기운을 느낀 적이 없었다. 주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몇몇은 독감 백신 접종 후에도 몸살기를 앓아본 적이 있다고 한다. 코로나 백신도 독감의 반응과 비슷한 경향을 보이려나, 이런저런 예상을 해본다.
동료들 사이에서 굳이 자세하게 언급하지는 않지만, 6월이었던 백신 접종 예정일이 갑자기 5월 초로 당겨진 것에 대해 의구심이 이는 것은 사실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높아지는 상황과 접종일자 단축이 겹치다 보니, 훅 치고 들어온 접종일자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하지만 군대는 조직의 기조가 우선시 된다. 개인의 판단과 의견도 반영되지만 높은 수준의 충돌이 아니라면 조직의 기조를 따르는 분위기가 내재화되어 있다. 말 많은 아스트라제네카임에도 90%에 육박하는 접종률이 이를 대변한다. 여기에는 지휘부의 독려도 한몫했다. 정부 기조에 부합해야 할 고위공직자로서 ‘먼저 맞겠다’는 지휘관 앞에, 대부분이 ‘나는 짜장’ 이후 대동단결되는 점심메뉴 같이 자연스레 왼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여기에 백신 접종자들은 휴가 다녀온 후 의무적으로 실시 중인 격리와 PCR 검사를 면제해준다는 등의 여러 행동지침이 공개된 영향도 크다.
건강한 사람일수록 더 아플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백신 접종 후 너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면 조금 서운할 것도 같다. 그렇지 않아도 고민할 일이 많은데 백신 앞에 이런 양가감정에 놓이다니.
작년 초부터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우리의 행동은 제약되었고, 만남은 통제되었으며, 많은 이들의 직업과 생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기다리던 백신이 나왔고, 접종에 이르렀다. 변종, 변이에 대한 말도 있지만 일단 한고비를 넘기는 시점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