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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May 24. 2021

여보, 건강하게 오래 살자. 그래서 준비했어.


 아내는 건강하다. 잔병치레하지 않고, 몸이 아파도 하루 이틀이면 훌훌 털고 일어난다. 무엇보다 세 아이를 순풍순풍 순산하고 입덧이나 산후 신체기능 저하도 크지 않았다. 손과 발이 여전히 뜨끈뜨끈하다.


 20대부터 30대 후반인 지금까지 몸무게 변화도 크지 않다. 출산 이후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출산 전 몸무게 근처로 되찾아 갔다.


 한데 변화가 크지 않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어서, 몸무게가 희망하는 것보다는 조금(?) 높은 경계선에서 표류 중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결혼할 때 즈음이 희망하는 몸무게에 가장 근접했을 시기이고, 결혼 이후 그 언저리에 접근하지 못했다.


 막내를 출산하고 ‘이제 다 죽었어’라며 자신감을 표했지만, 지구로부터의 중력은 오랫동안 갇혀있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며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이렇게 힘들고, 지치고, 체력적으로 버겁고, 마음 편히 밥 먹을 시간도 없는데 살이 빠지지 않는 게 신기하다는 말이 7년 동안 우리 집 식탁 주변을 맴돌고 있다.

       

 막내까지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낮에 활용 가능한 시간이 생겼다. 집 주변으로 1시간씩 걷는 운동을 하고 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아 보인다. 아내의 건강을 위해, 자존감 상승을 위해, 무엇보다 20년간 갇혀있는 박스권 탈출을 위해 프로젝트를 하나 준비했다. 이름하여 '김여사 행복 회로' 프로젝트.


 사람의 마음은 약하다. 마음먹은 대로 꾸준히 지켜 나갈 수 있는 힘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꾸준히 다니겠다고 큰 마음먹고 결단한 장기 회원권에 우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던가. 흔히 돈이 들어가면 관심이 생기고 의지가 돋아난다고들 한다. 그래서 일부러 돈을 투입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돈이 투입될 때 가장 큰 의지가 생기고, 이미 지불해버리고 나면 관심과 열정은 n제곱의 속도로 저하되기 마련이다.

     

 의지와 동력 유지를 위해 ‘김여사 행복회로’의 기조는 성과보상제다. 목표치를 정해놓고 도달하면 상금을 획득한다. 또한 건강한 습관 유지와 성인병 예방을 위해 단시간 목표를 달성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성과의 틀은 두 가지로, 하나는 기록 측면, 다른 하나는 성과 측면이다.

    

 기록은 달리기로 정했다. 달리는 것만큼 좋은 운동도 없다. 기분도 상쾌해지고 몸도 가벼워진다. 기록이 향상되는 기쁨을 빠르게 느낄 수 있다. 달리기는 속도에 따라 소요되는 열량과 힘이 다르다. 그저 ‘달리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거리와 속도를 기준으로 단계별로 구분했다.

 

 먼저 거리는 2km, 3km, 5km, 10km의 4단계이며, 기준속도는 1km 당 6분이다.

즉, 2km를 12분 안에, 3km를 18분 안에, 10km를 1시간 안에 달리면 성공이다. 보상은 2km 성공 시 20만원, 3km 30만원, 5km 50만원, 10km 100만원이다. 벌써 신발끈을 조여 묶는 아내가 그려진다.


 성과는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인 몸무게로 정했다. 아내의 키 000cm에 적합한 표준 체중은 00kg이다.

지금이 00kg에서 1kg 감량 시 20만원, 2kg  30만원, 3kg 50만원, 5kg 100만원, 7kg 200만원이다.

여기에 보너스로 기록 10km와  7kg 달성 후, 1달 유지 시 50만원, 2달 유지 시 100만원, 3달 유지 시 200만원을 획득한다.


모든 미션을 완료하면 축하금 50만원을 더해 총 상금 1천만원이다.             



아내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내의 건강을 위한 투자이자, 세 아이를 잘 낳고 잘 키우고 있는 아내에 대한 감사의 표시인 이번 프로젝트, 결과가 기대된다. 여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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