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즉문즉설]-6.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

홀로 있음의 지혜

질문) “요즘 너무 외롭습니다.

누구에게 연락을 해도, 만나도, 다시 돌아오면 공허합니다.

이혼 이후 혼자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하루하루가 텅 빈 방 안 같아요.

사람들은 ‘혼자서도 잘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정말 혼자 있는 게 두렵습니다.

이 외로움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요?”

대답) 그 마음, 참 잘 알겠습니다.

외로움은 인간이 가장 오래 느껴온 고통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불교의 눈으로 보면 외로움은 병이 아닙니다.

자신과 마주하라는 부처님의 부름이에요.

사람들은 흔히 외로움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외로움은 없앨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외로움은 ‘누가 없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멀어졌을 때’ 생기기 때문이에요.

《법구경》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되, 지혜로 사랑하라.

스스로를 지키는 자야말로, 참된 벗을 얻은 자다.”

외로움의 본질은 나 자신과의 관계가 끊어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누가 곁에 있어도,

그 마음이 자신에게 닿지 않으면

더 큰 공허가 찾아옵니다.

질문) “하지만 혼자 있는 건 너무 힘듭니다.”

대답) 그렇죠. 왜냐하면 ‘혼자 있음’과 ‘고립됨’을 우리는 혼동하거든요.

고립은 세상과 단절된 상태지만,

홀로 있음(獨處)은 마음이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시간입니다.

불교에서는 수행자의 기본자세를 ‘독처(獨處)’라 합니다.

세상과 떨어져 앉아,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

그게 외로움의 반대편에 있는 진짜 평화예요.

《잡아함경》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모든 존재는 홀로 태어나 홀로 간다.

홀로 있음 속에 참된 평안이 있다.”

이 말은 세상과 끊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사람과의 관계 이전에,

먼저 자기 마음과의 관계를 회복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 과정을 ‘내적 통합’이라고 합니다.

외로움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바라보는 순간,

뇌는 점차 불안을 줄이고 안정감을 회복합니다.

외로움은 도망칠수록 커지고,

마주할수록 작아집니다.

따라서 외로움을 없애려 하지 말고,

외로움 안에 앉아보세요.

조용한 시간 속에서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해보세요.

“괜찮아. 지금 이 순간,

나는 나와 함께 있다.”

그 말이 처음엔 낯설겠지만,

그게 외로움을 ‘두려움’이 아닌 ‘동반자’로 바꾸는 첫걸음입니다.

질문) “그래도 하루가 너무 길고, 집에 있으면 더 우울합니다.”

대답) 그렇다면, 외로움을 피하려고 TV나 휴대폰을 켜지 말고

작은 루틴을 수행으로 바꾸는 연습을 해보세요.

하루에 한 번, 차를 끓이듯 마음을 끓이세요.

물을 데우고, 김이 오르는 걸 바라보세요.

그 단순한 행위에 마음을 모으면,

혼자 있어도 고요한 연결감이 생깁니다.

《유마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고요한 곳에 홀로 머무르되,

그 마음은 온 세상에 머문다.”

혼자 있어도 세상과 단절된 게 아닙니다.

오히려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모든 존재의 숨결이 들립니다.

바람의 소리, 새의 울음, 내 숨의 리듬까지.

그게 바로 홀로 있음의 지혜입니다.

외로움을 없애려 하면 외로움이 주인이 됩니다.

그러나 외로움을 받아들이면,

그 순간 내가 주인이 됩니다.

이건 단순한 정신 훈련이 아니라,

불교에서 말하는 ‘관(觀)’의 시작이에요.

있는 그대로 보고, 판단하지 않고,

그 마음을 조용히 관찰하는 것.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면,

외로움은 점점 ‘나를 괴롭히는 존재’에서

‘나를 깨우는 벗’이 됩니다.

《금강경》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모든 것은 꿈과 같고, 물거품과 같으며, 그림자와 같다.

외로움도 그렇습니다.

그건 실체가 아니라 마음이 만든 그림자예요.

그림자를 없애려면, 불을 끄는 게 아니라 빛을 켜야 합니다.

즉, 외로움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그 속에서 마음의 빛을 켜는 것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어둠이 아닙니다.

그건 내 안의 등불을 다시 밝힐 시간입니다.

이제 이렇게 다짐해 보세요.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와 함께 있는 나가 있다.

이 고요한 시간은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시간이다.”

그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외로움이 무섭지 않습니다.

그건 당신이 깨닫기 직전의 정적일 뿐이니까요.

마지막으로 《법구경》의 구절을 드립니다.

“홀로 걷는 이,

홀로 앉는 이,

홀로 깨닫는 이,

그는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자다.”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건 고통이 아니라 자유로 가는 문턱입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의 마음과, 부처의 마음이 이미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