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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Jul 31. 2021

너무 그리워서 향수병에 걸릴거야!

-인도 여행과 론리플래닛-

세계적인 여행 가이드북, [론리 플래닛 (lonely planet)]의 ‘체코’ 편을 보면, 체코에 올 때 꼭 2가지를 챙겨 와야 하는데, 하나는 여권이고 하나는 갈증(thirsty)이라고 적혀있다. 체코의 맥주가 그만큼 맛있고 청량감이 좋으니, 그 어떤 갈증이라도 단숨에 없애준다는 뜻이다.     

 

론리 플래닛 ‘인도’ 편은 서문에서 경고 하기길, 인도에 처음 온 여행자는 누구라도 1주일도  안돼서, “이토록 더럽고, 냄새나고, 온통 사기꾼들 천지인 데다, 소똥이 거리에 가득한 인도에서 나를 당장 탈출시켜 달라고 힌두교의 시바신께 애원하게 될 거”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이어지는 다음 문장이 반전인데, 그토록 시바신에게 애걸복걸하던 여행자가, 인도에서의 힘들고 괴로운 여행을 마치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면, ‘1주일도 안돼서, 인도가 너무 그리워 향수병에 걸리게 된다”라고 적혀있다.   

  

내게도 인도는 정말 그랬다. 

[론리 플래닛 - 인도] 편의 서문에서 경고한 말이 딱 맞았다. 나는 인도의 수도 델리에 도착한 첫날부터, “제발 인도에서 제가 탈출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에는 3개월 뒤의 날짜가 찍혀있었고, 인도 여행을 하는 기간 내내, 한국에 돌아가면 꼭 하고 싶은 것들의 명단을 떠올리면서 인도 여행의 고된 시간을 이겨냈었다.      


하지만 나 역시, 3개월 후에 서울로 돌아오고 나서, 남대문 시장으로 가는 버스 창밖으로 늘어선 재래시장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인도 바라나시의 구 시가지가 너무 그리워서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인도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창밖으로 수없이 바라봤던, 


사이클 릭샤(자전거가 끄는 인력거)와 인력거 아저씨들의 검게 탄 등,
델리와 뭄바이의 기차역, 고아의 아름다운 해변과
네팔로 넘어가는 국경 농촌 마을에서 아침 안갯속을
자신의 몸보다도 더 큰 나뭇짐을 지고 가던 여인네들,
늘 느릿느릿 걷던 소떼, 기차역에서 내게 구걸을 하던 다리가 불편했던 소년,
그리고 인도의 푸른 하늘과 히말라야의 설산이 


너무 그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인도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신성되는 어머니의 강인 갠즈지강. 이곳에는 2,000년이 넘은 고대 도시 바라나시와 그 유명한 바라나시의 석양이  있다. > 


한국으로 돌아온 지 1주일도 안돼, 다시 짐을 싸서 델리의 파하르간즈(방콕의 카오산 로드처럼, 인도 델리에서 배낭여행객 숙소가 밀집되어 있는 곳)로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떠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내가 다시 인도의 아픔과 기쁨 행복과 눈물, 사랑과 이별을 견뎌낼 수 있을까 늘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인도 여행을 끝낸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행기를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 시간들을 다시 대면할 용기가 없었고, 나는 이미 그토록 푸르고 설레던 추억들을 내 가슴속에 다시 담아낼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꿈을 꾸던 푸른 시간들 속의 내가 아니었다.      


제주에 혼자 내려와서 글을 쓰고 살면서, 제일 먼저 하고 싶었고 또 이번만은 반드시 마치고 싶은 던 건, 20년 전의 소중한 일기장을 꺼내보듯이 ’ 나의 인도 여행기‘를 쓰는 거였다. 하지만 5개월이 넘도록 인도기행을 쓸 수 없었다. 필자의 중국 여행기 속에, 인도 라자스탄 주의 ’ 자이살메르 사막‘에서 무수히 떨어지던 별똥별의 황홀경을 적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      


때때로 너무나 소중했던 기억은 영원히 말로 뱉어 버리지 않고,
가슴속에 영원히 묻어둔 채 살아가기도 한다.
입으로 뱉어 버리는 순간, 보석처럼 빛나던 소중한 기억들의 색깔이 바래져서,
가슴속에 있을 때는 시간의 무게를 견디던 추억들이
바람과 공기 속으로 모두 흩어져 버릴까 봐...     


이번에는 인도 여행기를 쓸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기를 바라본다. 언젠가는 꼭 쓰리라 다짐했었고, 지금처럼 제주에서 혼자 보내는 1년은,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써야 할 것이다.      


우선 델리의 기차역에 도착했던, 1998년 10월 28일 밤 9시에서 시작해야겠다. 

아니 그전에, 친구 C를 PC 통신 천리안의 여행 동아리를 통해서 만났던, 

98년 10월, 연남동의 가을로 돌아가야 하나? 

아름답던 그 가을을 떠올리니 다시 숨고 싶은 마음뿐이다.      


하지만, 내일은 델리 기차역의 무덥고 칠흑 같던 그 밤에서, 인도 여행기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인도에서 암소는 종교적인 이유로 숭배하지만 숫소는 일을 시킨다. 인도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신의 몸집보다 몇 배는 큰 짐을 싣고 가는 숫소와 소가 끄는 마차가 유일한 생계 수단인 주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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