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추억이 감당 할 수 없을 때..
-다시, 그 계절이 오고 있다-
엊그제 사랑하는 친구와 강릉에 다녀왔다.
강릉의 푸른 바다가 보고 싶었고
강릉의 붉은 가을이 그리웠다.
김창기와 이범룡이 만든 <창고>라는 프로젝트 그룹의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 장을 살게]라는
노래의 가사에도 있듯이,
서울에 사는 우리들은,
‘너의 추억이 감당할 수 없도록
가까워질 때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 장'을 산다.
엊그제
나의 친구와 나는 물론 즐거운 마음으로
강릉으로 가는 차표 두장을 샀고
또 강릉에서의 모든 시간들이 너무나
행복했지만,
강릉 경포대에 도착해서
나는 불현듯
‘그 시절의 추억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가까워져서 나도 모르게 강릉에 오고 싶었음’을 깨달았다.
8년 전 그 당시에
나와 동지들은 박근혜 정권의
모진 탄압 때문에 힘들어하는
동료들을 방관할 수 없었고
때문에 노동조합 집행부에 자원을 했고
2여 년 동안 무척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 속에서도
잠시의 반짝거리는 기쁨이란 늘 있는 법이어서
나와 우리 동료들은
'우리들의 삶이 자꾸 헛돈다고 느껴질 때
마음속에 숨은 바다를 찾아' 같이 강릉으로 왔었다.
밤새 경포대 옆 ‘돌고래 횟집’이라는 곳에서
회를 먹고 소주잔을 비우며
늦도록 가슴속 응어리 같은 것들도 함께 비워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해 겨울
우리들은 너, 나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 함께
박근혜 탄핵 집회에서 노조깃발을 펄럭이며
광화문 거리를 떠나지 않았었다.
엊그제 강릉 여행에서 나는 사랑하는 친구를 이끌고
오랜 기억 속에서 잊혔던 그 횟집으로 들어섰고,
8년 전 그날의 익숙한 풍경에
당시의 동료들과 백만 인파 속 광화문 그 거리를 떠올렸다.
5년 전 내가 MBC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동료들을 떠나 오랜 기간 제주에서 혼자 머물 때
그 추억들은 너무나 멀리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을 잊고 지냈던 듯하다.
하지만 엊그제 강릉에서
그들 모두는 나의 추억과 너무나 가까이 있었다.
24년 겨울을 앞두고
또다시 탄핵의 외침이
광화문을 가득 메울 듯하다.
8년 전의 그 함성과 목소리는
우리들 모두에게 얼마나 가까이 있을까?
우리 모두는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
거리로 나가게 될까?
우리 모두는
세상이 헛돌고 있다고 느끼고 있고
또다시, 탄핵의 계절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