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 노무현 대통령 × 한나 아렌트 —

by 이안

아렌트:

노무현 대통령, 당신은 늘 ‘사람 사는 세상’을 말하셨죠.
그 말속에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강한 정치 철학이 느껴집니다.
그 철학의 중심은 무엇이었습니까?


노무현:

저는 정치란 강자에게 권력을 견제하고,

약자에게 기회를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법은 강자만을 위한 방패가 되어선 안 되고,
권력은 국민을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지요.
그게 ‘사람 사는 세상’입니다.


아렌트:

당신의 정치 철학은 인간의 ‘공적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실존’을

지향하는 제 사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상은 현실의 관료제나 여론, 체제 속에서 무참히 짓밟히곤 하지요.
당신도 ‘이념’과 ‘현실’ 사이에서 많은 고통을 겪으셨지요?


노무현:

네, 아렌트 선생.
기득권과 타협하지 않는 정치, 그건 생각보다 외롭고,

오래 버텨야 하는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믿었던 건,
‘한 명의 인간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해도,

세상은 결국 올바른 쪽으로 간다’는 희망이었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말하고, 행동하려 했습니다.


아렌트:

당신의 ‘말하고 행동함’은 바로 정치적 인간의 정의에 부합합니다.
저는 인간을 “행동하는 존재(homo agens)”로 보았습니다.
정치는 단순히 통치하는 기술이 아니라, 공적 세계에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 있는 말과 행위죠.


노무현:

제가 배운 철학이 딱 그겁니다.
제가 ‘깨어있는 시민’을 강조했던 것도 그 때문이죠.
정치인은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세상을 바꾸는 진짜 힘은 시민이 자신을 드러내고 함께 나서는 것입니다.


아렌트:

바로 그것이 ‘공적 영역’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는 단순히 나쁜 권력이 아니라,
사람들이 정치에서 스스로를 포기한 것에서 비롯됩니다.
당신은 그 점을 끊임없이 환기시켰습니다.


노무현:

저는 대통령이 되어도 국민에게 권한을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권위주의를 부수고 싶었고,

말과 생각이 자유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고 싶었죠.
그게 실패로 끝났다는 지적도 있지만,
저는 실패하더라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렌트:

그 용기 자체가 정치의 본질입니다.
행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당신은 행동했고, 그래서 기억됩니다.


노무현:

제 행동이 완벽하지 않았더라도,
후대가 그것을 이어가야 할 씨앗으로 보아주길 바랄 뿐입니다.
시민들이 잊지 않는다면, 정치도 바뀝니다.
그게 민주주의고, 그게 제 꿈이었습니다.


아렌트 (고개를 끄덕이며):

당신은 ‘말하는 인간’이었고, ‘행동하는 인간’이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민주주의는 살아 있을 수 있습니다.
정치는 결국, 기억을 통해 계속됩니다.



“정치는 권력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약자를 위한 자리를 만드는 예술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 아렌트의 대화는 끝났지만,
그들이 던진 질문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공적 세계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시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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