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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별칭을 가지고 있나요?

 


 나만의 별칭을 가지고 있나요?

아마도 블로그 인스타를 하시는 분들은 닉네임이 나를 나타내는 나만의 별칭이 되겠지요.

모두 자신만의 닉네임에 의미를 담아 놓으셨을 거예요. 


 저의 블로그 닉네임은 '나무아래서'에요. 저는 20대부터 늘 '나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습니다.

비전으로는 "사람을 세우는 사람"이라고 써 놓았지요. 20년이 훌쩍 넘은 노트들마다 '나무'라는 닉네임과 '견고하고 풍성한 나무가 되어 그늘을 드리우고 열매를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들이 가득 담겨 있지요. 항상 다이어리 앞에는 "쉼을 주는 나무"라고 써 놓고는 했답니다.


나  무 


나 나무 여라 

그분의 빛이 나의 양식이 되어

나 잎이 무성한 나무 여라

내 기도의 그늘 아래 많은 사람 쉬어가리



나 나무 여라

그분 안에 뿌리내린 견고한 나무 여라

그분의 열매 내게 있어

내게 깃든 많은 사람 풍성케 하리



나 나무 여라

주가 기르시는

쉼을 주는 나무 여라


오래 된 노트들 마다 담겨 있는 닉네임과 소망들

 


 

 경기도 교육청 '학생상담봉사자' 소속으로 초등학교 6학년 친구들을 만나 사회 친화적 프로그램인 '심성수련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친구들과 제일 처음 만나는 첫 시간은 자신만의 별칭을 짓고 시작합니다. 


 누군가가 지어주고 부르는 별명이 아닌, 자기가 불리고 싶은 자신만의 별칭을 짓습니다. 그리고 집단상담 프로그램 시간만큼은 이름이 아닌 자기가 지은 별칭으로 서로를 불러주지요. 또 이 시간만큼은 서로에게 "~님"이라는 존칭을 붙이며 서로를 높여주지요. 친구들은 이 모든 것이 새로워 재미있어하지요. 낯설고 오그라들지만 서로를 향해 '000님'이라고 부르며 능청스럽게 존댓말을 사용하는 친구들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저도 저의 별칭을 만들고 아이들과 똑같이 별칭으로 부른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그때 그 순간에 충실하게 'here & now'가 되어 생각하고 나누곤 해요. 매번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학교의 친구들을 만나는데 저도 시기마다 느끼고 표현하는 것들이 다름을 보게 돼요. 아이들과 함께 하며 저도 저를 만나고 이해하는 시간이 되어 주지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아이들의 마음이 유독 감동이 되었던 반이 있었어요. 서로를 향해 경청하는 모습이 눈에 쏙 들어왔던 친구들입니다. 화기애애하고 생기 가득한 친구들이었지요. 누군가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신나서 함께 호흡하고 반응하고 웃다가도 또 새로운 친구의 이야기가 시작되면 일제히 귀를 기울여 경청하던 친구들의 모습이 예뻐 '참 예쁘다'라는 말과 감탄사를 수시로 쏟게 했던 반이었지요.


 이 반의 그룹 친구들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그룹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의 별칭 나누기 시간에도 친구들의 모습이 감동이 되어 아이들의 별칭과 아이들의 생각을 담아봅니다. 


@ 세렌 - "누군가의 행운이 되어주고 싶어요."


저도 좋아하는 단어인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친구가 알고 있고 그것을 자기만의 의미로 간직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반갑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오래전 한참 동안 저의 핸드폰 프사의 메인 글이기도 했던 세렌디피티는 어떤 뜻을 담고 있을까요? 



세렌디피티(serendipity)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며 특히 과학 연구의 분야에서 실험 도중에 실패해서 얻은 결과에서 중대한 발견 또는 발명을 하는 것을 이르는 외래어이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뜻밖의 발견, 의도하지 않은 발견, 운 좋게 발견한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영국의 작가 호레이스 웰폴(Horace Walpole, 1717~1797)이 <세렌디피티의 세 왕자>라는 우화를 근거로 만든 단어라고 해요. Serendip라는 섬의 세 왕자가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보물은 찾지 못하지만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우연한 일들로 생각지도 못한 귀한 발견들과 깨달음을 얻는다는 내용에서 유래된 단어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특히 과학 연구의 분야에서 실험 도중에 실패에서 얻은 놀라운 결과물이나 우연한 일로 인해 중대한 발명이나 발견을 하였을 때를 나타내는 말로 많이 쓰이지요.

 대표적인 '세렌디피티'로 영국의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플레밍은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간 애를 써도 쉽게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포도상 구균을 배양하던 접시를 밖에 놔두고 나갔다 왔더니 푸른곰팡이가 생기고 포도상 구균이 모두 녹아 없어진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실험 도중 실수로 방치한 푸른곰팡이가 다른 세균을 죽이는 것을 보게 된 것이지요.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우연한 계기로 답을 찾게 된 이 일을 시작으로 항생제의 시초인 페니실린을 발견하는 행운을 얻게 된 것입니다. 


 친구는 '세렌디피티' 의미를 담아 누군가의 행운이 되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세렌'으로 정했네요. '세렌'이라는 별칭 이외에도 친구들의 별칭 속 의미는 참 예쁘기만 하네요.


@ 인간 아드레날린 -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기쁨을 주는 인간 아드레날린이 되고 싶어요.


@ 태극기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태극기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에코 - 메아리가 되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울림이 되어주고 싶어요.


@ 빡빡사 - 저는 나중에 박사가 될 건데 박사이니 박 박사이지요. 그래서 빡빡사로 불러주세요.


@ 또리 - 평소 포근한 곰도리를 좋아해서 곰도리같이 포근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또리'라고 지어봤어요.



 초등 6학년 아이들이 벌써 자신의 소망을 담아, 그것도 누군가의 유익과 의미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지은 별칭에 감동한 시간이었는데 이 친구들은 마무리까지 제게 감동을 전해주네요. 소감을 나누며 마무리를 하는 시간까지 제게 감동을 전해주네요. 


자신을 먼저 잘 돌봐주는 내가 되겠노라 말하는 보석 같은 아이들.

나를 더 많이 알게 되어 내 마음을 알아주어 행복하다는 아이들.

자신을 토닥이고 믿어주는 아이들의 모습에 가슴 벅차게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예뻐 이 시간이 중독성이 크네요. 이제 새 학기 적응기가 지나고 새 친구들을 만나려고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곧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다가오네요.





 닉네임을 보면 이 분이 어떤 분인지 예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때로는 생소한 단어들이나 특이한 이름을 가지신 분들은 어떤 의미일지 호기심이 발동하기도 하고요. 


 여러분들은 어떤 별칭을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그 안에 담긴 의미도요. 

모두 자신만의 의미를 담은 별칭들이 있으시겠죠? 그 누가 지어주고 붙여준 별명이 아닌 나 스스로 불리고 싶은 별칭과 그 의미가 날마다 빛이 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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