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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만우절날

농을 말하는 날 사랑을 서약했습니다.

4월 1일 만우절날입니다.

혹시 평생에 잊지 못할 만우절 날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딸들은 학교를 다녀와 시끌시끌합니다. 중2 큰아이는 학교 수업 시작 시간 인사에 선생님께 다 같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해야 하는데 모두 만우절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하고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고 해요. 세월이 흘러도 어쩜 이렇게 닮아 있을까요. ^^ 

 초등 6학년 딸아이는 반 친구들과 미리 계획을 세워 "oo친구가 아프다고 해요."라고 분위기를 띄우고 oo친구가 "저 열도 나는 것 같고 머리도 아프고 아무래도 코로나에 걸린 것 같아요."라고 했다고 해요. 물론 선생님의 반응 후 다 같이 "만우절이에요."라고 외쳤고요.


 세월이 지나도 만우절 날 학교 에피소드는 계속되네요. 지금보다 저희 때 아니면 그 이전 세대의 학창 시절 만우절 스토리가 더 진국이 아닐까 싶어요. 학교의 분위기가 더 엄격했던 때라 그렇겠지요. 예전에 본 드라마에서 만우절 날을 그린 모습이 생각나요. 교실문이 열림과 동시에 쏟아지는 분필가루와 물세례의 모습을 담은 모습이었지요. 공공연하게 학생들의 장난기와 악동 짖을 눈감아 주는 만우절 날은 기다려지는 날이 되었고 계획과 실행 또한 대동 단결하는 날이 되곤 했지요. 그날만큼은 선생님들도 모른 척 당해 주시고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 박장대소하며 함께 웃는 날이었으니까요.


  학창 시절 뾰족하게 기억에 남는 만우절 날이 없는 제게도 만우절날은 잊을 수가 없는 날이랍니다. 모두가 거짓말과 농담을 주고받는 날 저희 부부는 진실을 말하고 사랑을 서약하기로 했어요. 저희 부부의 결혼기념일은 만우절 날이랍니다.

 제가 결혼 한 해, 만우절 날은 억수 같은 비가 내렸습니다. 봄비라고 하기에는 여름 비처럼 장대비가 내리는 날이었지요. 시원스럽게 비가 쏟아지던 날 어른들은 "비 오는 날 결혼하면 잘 산대."라고 하셨지요. 그런 말을 주고받을 정도로 억수 비가 내린 봄날 저는 결혼을 했어요. 만우절 날 결혼을 했다고 하니 장난인 줄 알고 안 온 하객은 없었냐고 물어오시는 분도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 축복 가운데 만우절날 결혼식은 잘 이루어졌답니다.      



 오늘 낮 "띵동! 띵동!" 벨이 울리고 문을 열어보니 봄을 닮은 화사한 꽃다발이 전해졌습니다. 비록 함께는 아니지만 회사에 출근한 남편이 보내온 깜짝 꽃다발에 잠시 16년 전 그날로 날아갔다 왔네요. 남편이 보내온 꽃을 들고 마치 부케를 들고 있는 새신부가 된 듯 배시시 미소 짓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지켜가는 것이 놀라운 신비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 아는 것 같지만 잘 모르는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처음 프러포즈 이후 10년을 한결같이 기다려 준 사람이에요. 6년은 나무 바라기로 구애를 했던 사람, 함께 연애한 4년 동안도 나를 많이 기다려 준 사람입니다. 


 남자 결벽증이 있다는 친한 언니의 훈수를 듣고 오랜 세월 남자 아닌 사람 친구로 위장하여 곁에 있던 사람, 자기도 모르게 꽉 찬 마음을 고백한 후 가슴앓이를 해야 했던 사람, 6년의 세월을 그렇게 그 자리에 있던 사람, 고백 후 10년 만에 결혼을 하던 날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말했던 사람, 그리고 여전히 한결같이 아내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 그래서 십 년의 세월을 포기 않고 기다려 준 것이 고마운 사람, 내가 나여도 되게 하는 사람, 나를 믿어 주는 그 믿음 때문에 나를 멋진 사람으로 바라봐 주기에, 이 사람 때문이라도 멋진 일을 해내고 싶게 만드는 사람. 그런 남자와 살고 있습니다.




 꽃을 좋아합니다. 그중 프리지어 꽃을 빼놓을 수 없지요. 오늘은 향기 가득한 시간이 될 것 같아요. 프리지어가 봄 향기로 가득 채워줍니다. 오늘따라 프리지어 향이 더욱 향기롭게 다가오는 건 꽃다발에 담긴 사랑에 취해 그런가 봐요. 


 이 정도 스토리면 앞으로도 잊지 못할 막강 만우절날 스토리가 되겠지요. 결혼기념일은 잊으면 안 되니까요.^^ 여러분의 잊지 못할 만우절 날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만우절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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