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는 더디오나?
꽃은 언제 피나?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창 밖 너머로 소식이 들리길 기다렸어.
이미 꽃은 피어 있고
이제야 내가 꽃이 핀 자리에
찾아와 서 있다는 걸 깨달았어.
예년에 만났던 그 모습 그대로
가득 피어 있는 꽃길을
다시 돌아와 만날 수 있었어.
시간을 너머 돌아온 자리에
기억하고 싶던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다시 돌아와 거니는 자리에
따뜻한 햇살로 바람을 덮어주어
한참을 거닐 수 있었던 오늘처럼
누군가의 서늘한 시간을 덮어주고
따뜻한 햇살로 갈 길을 비추어 주는
그런 내일을 살고 싶어.
바람과 비에 모두 흩날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듯
모습을 감추고 까마득히 잊힐 수 있겠지만
결국 그 계절 그 모습으로 돌아와
자신의 색을 물들이는 시간처럼
나의 계절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는 삶이고 싶어.
아무 욕심 없이 자연의 섭리 안에 피고 지는 꽃처럼
창조의 섭리 안에 머무는 그런 사람이고 싶어.
피라 할 때 피어 누군가의 마음의 꽃이 되고
지라 할 때 지며 자신의 때를 기다리는 사람이고 싶어.
자연의 섭리 안에 담겨
아름다움을 물들이는 꽃처럼
창조의 섭리 안에 안겨
빛으로 물들이는 사람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