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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썸 타기

너란 존재

글을 쓰다 보면 때로는 글과 밀당을 하는 기분이 든다.


무언가 쓰고 싶은 글들이 반짝하고 떠오르며 생각에 불을 밝힐 때가 있다.

마치 저만치 서있는 누군가가 눈을 사로잡듯이 환하게 불이 켜질 때가 있다.

이것인가 싶어 글을 쓰려고 하면 몇 줄 쓰다 제자리이다.


환한 빛을 보고 그 앞에 다가가 바라보면 어느새 줄행랑을 치듯이 사라진다.

아직 아닌가 하고 한걸음 뒤로 물러나 풀 죽음의 발 비빔을 한다.

그럼 또 어느새 뒷걸음쳐 글을 덮어버릴 새라 글은 무언가 여지를 두는 단서들을 남긴다.


대놓고 사귀자 말 못 하고

매력을 툭툭 흘리듯 못내 포기할 수 없게 만든다.


썸을 타는 남녀가

'그때 그 말을 왜 한 거지? 무슨 의미일까?' 하며

작은 것 하나에도 의미를 두듯

무언가 떠오르는 단상에 한참 생각에 잠긴다.


그 행동 뭐지? 시그널인가? 하며 생각을 놓지 못하듯

글에 생각이 머물러 있다.




그렇게 몇 차례 밀당을 끝내고 나면

둘이 쿵작이 맞아

고백이다 뭐다 할 것 없이

마음이 맞아 사랑이 시작되는 것처럼

글이 마음과 맞아 손이 내는 길을 따라 함께 춤추며 걸어간다.


오늘도 글에게 '똑똑' 문을 두드린다.

글은 그렇게 또 수줍어 도망간다.

먼저 다가와 고개를 빼꼼히 내밀더니 말이다.

이렇게 나랑 밀당을 하며 놀아보자 한다.


그래서 영 미워할 수도 없고

쉽다 할 수도 없는

그런 존재이다.


글은 매력을 발산하는

포기할 수 없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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