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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 따라 하며 호흡 맞추기 놀이

사랑과 그리움의 또 다른 이름

 하루 종일 곤히 일하시던 엄마는 집에 계시는 경우가 많이 없으셨다. 일하시는 날을 빼서 시간을 내실 때면 금융사 업무나 경조사 등 특별한 일정이 있었기 때문이지 여유로운 시간을 위해 일정을 빼는 일들은 거의 없으셨다. 만약 엄마에게 그런 시간이 주어져 일정을 보내고 남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머지 시간엔 밀린 집안일을 하시거나 풍성한 밑반찬을 준비하시기에도 바쁘셨다. 


 가끔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에 곤한 몸을 붙여 쉬실 때가 있으셨는데 그렇게 낮잠을 청하실 때면 어린 나는 졸리지도 않은데 엄마랑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엄마 옆에 자리를 잡고 눕곤 했다. 그러면 엄마는 정말 금방 잠이 드셨다. 나도 엄마처럼 빨리 잠이 들고 싶은데 잠이 오지 않는 시간은 지루했다. 잠도 오지 않고 그렇다고 딱히 할 것도 없어 엄마 옆에서 잠을 기다리며 나는 나만의 놀이를 하곤 했다.


그것이 바로 엄마의 숨소리 따라 하기였다. 

'후흡~~~ 푸' 들려오는 엄마의 들숨날숨을 따라 하다 보면 꼭 발맞추어 나가다 템포가 맞지 않아 템포를 맞추기 위해 발장구를 치는 사람처럼 매번 내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엄마가 나보다 숨이 더 긴 건지 내가 더 짧은 건지를 곰곰이 생각하며 저는 발을 맞추듯 내 호흡을 엄마에 숨소리에 맞추어 들숨날숨을 절어 가며 내쉬었다. '푸푸 푸'를 연거푸 뱉으며 호흡을 맞추어 갔다 다시 꼬이를 반복하기도 했고 엄마의 들숨날숨 한호흡의 초를 새기도 했다.  



 때로는 '피시시식' 내는 다양한 소리까지도 흉내 내며 혼자서 잠이 오지 않는 시간을 나만의 놀이처럼 보내곤 했던 시간이었다. 그러다 보면 정말 어느새 잠이 들곤 했고 난 매번 낮잠을 자는 엄마 옆에서 호흡 맞추기 놀이를 하곤 했다. 

 엄마에게 낮잠이 노상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나에게도 자주 있는 놀이가 아니었지만 엄마가 낮잠을 청할 때가 있으시다면 거의 빼놓지 않고 엄마 옆에 누워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며 엄마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내게는 추억처럼 먼 일 같으나 선명한 영상으로 그 모습이 담겨있다.


 아가씨 때는 가끔 그 모습을 생각하며 혼자 웃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덧 잊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자는 아이 옆에 누워 아이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호흡을 맞추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어릴 적 호흡맞추기 놀이를 하던 내 나이가 된 초등 3학년 딸아이 옆에서 아이의 호흡을 따라 해보았다. 


 엄마랑 같이 눕고 싶어 했는데 같이 눕지 못하고 아이들 먼저 잠자리에 들게 하고는 자는 아이들 옆에 누워 머리를 쓰다듬어 보기도 하고 말캉말캉한 배도 만져본다. 뒤늦은 입도 맞추어 본다. 그러다 아이의 숨소리를 따라 하며 호흡을 맞추어 본다.  

 


 아이의 옆에 누워 숨소리를 따라하다보면 엄마 옆에 누워 엄마의 숨소리를 따라하던 마음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와 함께 하지 못하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 엄마옆에서 낮잠을 청하는 아이의 마음과 말이다.

 더 많은 눈 맞춤을 하고 싶었으나 분주했던 나의 모습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 아이의 숨소리를 따라 하며 아이에게 엄마의 사랑을 담아 보낸다. 그러면 아이의 단잠을 자는 숨소리는 엄마에게 편안함과 행복을 선물해 준다. 오랜만에 다시 꺼낸 숨소리 따라하며 호흡맞추기 놀이는 이렇게 또 다른 추억을 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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