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보틱스 회사 HR팀장을 했던지라 요즘에도 로봇산업 동향을 꾸준히 살펴보고 있다. 최근 로봇기술과 산업의 발전은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그런데 로봇 기술의 발전을 보고 있노라면 이걸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나는 사람을 돕는 로봇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을 닮아가는 로봇이다.
2. 예를 들어, 최근 현대차그룹에서 내놓은 착용로봇은 사람이 무거운 짐을 들거나 장시간 같은 자세로 일할 때 근육과 관절의 부담을 덜어준다. 로봇이 사람 곁에서 보조하며, 더 오래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생산현장뿐만 아니라 농촌에서도 충분히 활용가능한 로봇이다. 반대로 최근 빠르게 발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의 손과 발, 감각을 모방해 스스로 걷고 집고 균형을 잡는다. 사람 대신 물건을 집어 옮기고 사람 대신 위험한 곳에 들어가 조사를 한다.
3. 이런 로봇의 역할 구분을 보며 문득 리더십에도 비슷한 양상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4. "챡용형 리더십"
팀원이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리더가 곁에서 힘을 보태는 방식. 이것은 착용형 로봇과 같은 방식이다. 착용형 로봇이 노동자의 몸을 받쳐주듯, 착용형 리더십은 팀원이 과업으로 힘들어할 때 부담을 덜어주고 좀더 오래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받쳐준다. 팀원의 아이디어를 격려하고 리소스를 지원하는 리더가 이런 유형이다.
5. "휴머노이드형 리더십"
반대로 팀을 대신해 직접 실행하거나 세밀하게 개입하는 리더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리더십을 휴머노이드형 리더십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휴머노이드 로봇이 직접 물건을 옮기듯, 휴머노이드형 리더십은 위기 상황이나 큰 전환점에서 리더가 앞장서서 결단과 실행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팀원의 일을 대신한다는 개념보다는 직접 의사결정과 과업을 수행한다는 개념이다. 위기상황에서 직접 고객사를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가 이런 유형이다.
6. 착용형 리더십과 휴머노이드형 리더십. 둘 중 어느 하나가 옳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착용형만 고집하면 중요한 순간에 책임을 회피할 수 있고, 휴머노이드형만 고집하면 팀의 자율성과 성장이 막힌다.
7. 우리 인간에게 착용로봇도 필요하고 휴머노이드 로봇도 필요한 것처럼 리더십도 양쪽 모두 필요하다. 때로는 조용히 힘을 보태는 착용형 리더십으로, 때로는 직접 발로 뛰는 휴머노이드형 리더십으로 시시각각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훌륭한 리더는 상황을 읽고 순간순간 최적의 리더십을 선택할 수 있는 '스위칭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다.
8.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의 리더십은 착용형인가, 휴머노이드형인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지금 우리 팀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리더십인가? 나는 지금 우리 팀의 '앞에' 서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옆에' 서 있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