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_봄 [달콤쌉쌀한 Bitter&Sweet]
- "쌤은 플로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뭐에요?"
(*플로깅 : ‘이삭을 줍는다’는 뜻인 스웨덴어 plocka upp과 영어 단어 jogging(조깅)의 합성어로,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동)
- “걍 했어요.”
- ”네?”
- “그,, 코로나로 인해 사업을 접게 되고 제가 재기할 수 있었던 게 90퍼센트는 운이었던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그 운을 늘려주는 게 뭘까 하고 생각하다가 플로깅 같은 것들이 운을 늘려주는 것 같아서 시작했어요.
..제가 착하거나 좋은 사람이라서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도 할 때마다 어색해요.”
월요일과 화요일, 주 2회. 한 달에 무려 8번 이상을 꾸준히 본인의 시간을 내어 플로깅을 하는 이 선생님은 돈을 받고 하는 것도, 그렇다고 무언가 대가를 바라는 것도 아니었어요. 말은 운을 늘리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라고 하셨지만 제가 느끼기엔 불특정의 대상에게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요.
그 선생님과 함께 하나의 사이드 브랜드를 운영하는 저는 그렇게 플로깅을 알게 되었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저 또한 착해서도 아니고 좋은 사람이어서 플로깅을 하는 건 아닙니다만 항상 무언가의 행동을 할 때, 심지어 취미마저도 어떤 목적이 있어야만 하던 저에게 단순히 “그냥"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신선한 일이었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짧은 대화였지만 큰 울림을 받았어요.
플로깅 자체는 쓰레기를 찾아다니며 줍는 학창 시절에 하던 환경미화 혹은 봉사활동의 성격이 강한 활동이거든요. 그래서 이걸 왜 하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환경보호에 앞장서자는 일환으로 해보고 있는 거예요'와 같은 어찌보면 뻔한 대답을 물으면서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목도 아니고 봉사활동 점수를 쌓기 위한 것도 아닌, 그러니까 우리 혹은 무언가를 위한 일이 아닌 ‘그냥’ 한다는 말에 오히려 매력을 느꼈나 봅니다 . 그게 왜 플로깅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다 보니 알게 돼서일 수도 있고 하다보니 나름 뿌듯한 감도 없지 않아 있어서라고 하면 될까요. 그런데 하다보니 운을 늘려준다는 말도 일리는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어떠한 대가나 명목은 없었지만 하다 보니 그게 결과적으론 우리를 위한 행동일 수도 있었다’ 정도로 받아들이면 깔끔한 정리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플로깅에 대해 관심이 조금이나마 생긴 상태에서, 시간이 남아돌고 할 것도 없으며 세상사는 게 심심하고 무료한 분에게는 이걸 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바쁘고 여유가 없는 분들에게 권하는 건 괜히 ‘나는 이런 것도 한다'라고 우쭐대는 것 같아서요. 정작 그런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닌데도 말이에요. 그런 느낌을 받는 건 말을 꺼내는 입장에서도 상당히 별로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시작한 캠패인의 슬로건은 “착하거나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 것과는 별개로 플로깅을 합니다.” 입니다.
굳이 우리를 위한 의미를 하나 부여해보면요. 고진감래라고나 할까요. 쓴맛 뒤에 찾아오는 달콤함. 굳이 어렵게 산을 오르고 나서 먹는 막걸리처럼, 어쩌면 플로깅은 차를 더 맛있게 마시기 위해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꼭 차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힘들게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혹은 운동 후 샤워를 하고 냉장고에서 갓 꺼내 마시는 맥주의 행복을 아시나요? 캔을 따자마자 그 자리에 서서 목이 따끔거리고 시원해서 머리가 띵해질 때까지 첫 모금을 떼지 않고 벌컥벌컥 마시는 이 즐거움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제가 하는 말이 아주 조금은 이해가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차는 “비터 앤 스윗(Bitter and Sweet)” 입니다. ‘달콤 쌉쌀한’이라는 의미를 가진 차의 이름처럼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맛이 매력적인, 아니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매력적인 녹차 베이스의 블렌딩 티입니다. 맛의 극대화 시키는 방법에는 맛의 대비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어요. 여러분도 맛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플로깅 후에 좋아하는 차 한잔 어떠신가요? 아니면 그냥 이 차를 마시는 것도 방법일 수가 있습니다.
*주의 : 부모님과 함께 사시는 분들이라면 플로깅하는 사실을 숨기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네 방이나 잘 치워.’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거든요.
(*티 레시피는 추후 공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