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_봄 [살아간다는 건 차를 마시는 것]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이라는 뜻으로, 보통 있는 예사로운 일을 이르는 말.
[국어사전] 일상다반사 (日常茶飯事) [발음:일쌍다반사]
일상다반사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대략적인 의미는 알고 계실 테지만 이 말이 ‘차’에서 유래됐다는 건 모르는 분도 많으실 겁니다. 다반사의 ‘다(茶)’가 차를 의미하고요. 풀어보면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이라는 뜻으로, 보통 있는 예사로운 일을 이르는 말’로 사전에 기재돼 있습니다.
이 어원에서처럼 원래 차를 마시는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밥을 먹는 것처럼 일상적인 일이었습니다. 의식주에서 식(食)은 ‘먹고사는 문제’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삶을 먹는 것과 연관 지어 표현하기도 합니다. 밥은 여전히 우리가 살기 위해 일상적으로 챙겨 먹는 것이지만 언젠가부터 차는 그렇지가 않게 됐습니다.
차는 밥만큼이나 생존에 필수적인 것은 아닌데요. 하지만 저는 현대에 행복지수가 낮아진 이유를 차 마시는 빈도가 낮아져서라고 감히 말을 해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차를 즐길 수 있는 물리적 혹은 심적 여유가 모두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밥을 먹는 것 말고도 무언가를 편히 마시며 쉴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해요. 사는 건 밥을 먹는 거고요. 행복하게 사는 건 차를 마시는 거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행복하기 위해서는 마시는 문제가 추가되어야 합니다.
반드시 차가 아니더라도 커피나 술을 마실 때 우리는 잠시나마 여유를 찾게 됩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 마시는 것들의 횟수를 가능한 늘리는 것이 행복에 다가가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마저도 커피는 일하기 위해 잠을 쫓으려 마시고, 술도 기쁠 때보다 속상할 때 찾는 사람이 주변에 많은 듯합니다.
눈 감았다 뜨면 많은 게 바뀌어 있는 사회의 템포에 나를 맞춰 달려가다보니 여유는 뒷전이고 항상 허덕이게 돼요. 특히나 저와 같이 페이스가 느린 사람에게는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와 빠름을 강조하는 사회가 너무나도 벅찹니다. 그걸 따라가려 잠을 줄여 공부를 하고 일을 해도 도대체 이게 잘 쫓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그러다 보니 쉴 수가 없게 되고 쉬는 법마저 까먹게 되는 때가 찾아오더라고요. 계속 걸으며 나아가고 있는데도 뛰지 않으면 뒤처지는 느낌이고요. 급히 달려가는 누군가에게 함께 걷자고 말을 건네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사람들은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잖아요. 그러면서 정작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페이스 조절은 무시합니다. 모두 같은 속도에 맞추게끔 만들고 그 페이스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낙오시키고 맙니다. 초반에 페이스가 빠르다고 해서 1등으로 완주하는 게 절대 아닌데 말이에요. 저 또한 알면서도 그걸 내려놓는 게 여전히 쉽지는 않습니다. 그게 내 속도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퍼지기 직전까지 일을 하는 편인데요.
그 강박을 줄여준 게 저는 차를 마시는 거더라고요. 이제는 과거형이 됐지만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면 의식처럼 하는 게 있었어요. 머그컵과 티백 하나를 가지고 휴게실로 가 손을 깨끗이 씻고 하루 동안 먼지가 내려앉았을 컵을 새로이 헹궈준 뒤 따뜻한 물을 가득 받아 차를 우려냅니다.
저에겐 이것이 제 행복을 위한 리추얼입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출근으로 안 좋아진 하루의 기분을 다시금 행복하게 바꿔주는 저에겐 나름 마법같은 의식이었거든요. 최근에 듣게 된 말인데 자신만의 리추얼이 많은 사람일수록 행복감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우려진 차를 마실 때는 걱정 근심이 사라졌습니다. 차를 마시는 동안만 그런 줄 알았는데 잘 생각해보니 어떤 차로 하루를 시작할지, 그날의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 차를 고르는 과정에서부터 설렘 가득하고 행복해지기 시작하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차를 우리는 과정에서도 마음이 편해짐을 느낍니다. 차가 우러나오기 위해 기다리는 3분이 꽤 즐거워요.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 “초록을우리는우리는”인데요. “초록(Green tea)을 우리는(brew) 우리(we)는”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좋아하는 가수인 잔나비의 최근 앨범 타이틀 곡이기도 했던 ‘초록을거머쥔우리는’ 에서 영감을 받았고요. 그런 만큼 이 차를 마실 때는 위의 곡을 들으면서 마셔도 참 좋을 듯합니다. 계절은 어느 때나 상관없지만 초록초록 맑은 수색이 봄과 여름의 어느 사이 즈음인 오뉴월과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라는 말처럼 우리(We)는 초록을 우리는(Brew) 빈도를 늘린다면 행복해질 수가 있어요. 여기서 초록은 제가 말한 녹차일 수도 있고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어떤 것일 수도 있습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게 없다면 여러분도 초록을 함께 우려봐요. 그렇게 우리 모두 초록을 향해 나아갑시다. 지금 말하는 초록은 행복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차는 페어그린티(Pear Green tea)입니다. 향긋한 배의 향이 느껴지는 녹차블렌딩인데요.
최근 블렌딩 과정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한 차이기도 합니다(사실 수정할 게 많지만). 레시피는 역시나 추후에 공개해드릴텐데요. 이 차의 수색이 이 제목과 잘 어울리게 맑고 초록초록하게 잘 나와서요. 그 비법을 미리 공개하고 싶어서 입이, 아니 손이 벌써 근질근질 합니다만 참아보겠습니다. 여러분도 제품나올 때까지 숨참고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