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_[봄] 감질나는 계절의 차
감질난다는 표현 있잖아요. 무언가를 더 원하는데 원하는 만큼 얻지를 못할 때 쓰는 표현이요. 사전에는 ‘바라는 정도에 못 미쳐 애가 타다’는 말로 표기를 해놨네요.
사전에서는 사실 점잖게 표현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감질난다는 느낌을 약간 더 격하게 표현해본다면 사람 미치게 만드는 것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을 쓰려고 찾아보다가 알게 된 감질이라는 이 표현 자체가 ‘감질'이라는 병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하는데요. 어린아이들이 음식을 조절하지 못해 걸리는 병인데, 감질에 걸리면 무언가 먹고는 싶은데 몸이 말을 안 들으니 마음껏 먹지 못해 안달나는 증상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떨 때 감질난다는 느낌을 받으시나요. 저에게는 봄이 그렇습니다. 사계절 중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봄인데요. 분명 사계절인데 왜 봄은 항상 더 짧은 걸까 하는 아쉬움으로 다음 계절을 맞이합니다. 욕심 같아서는 사계절 내내 봄 날씨 같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봄이 특히 감질난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건 아마도 꽃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꽃은 1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기다려놓고, 겨우 며칠만의 빛을 보고 봄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떨어집니다.
고작 찰나의 시간만을 화려하게 보낸 뒤 떨어진 꽃잎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 켠이 이상해집니다. 언제부턴가는 풍성하고 화려하게 만개한 꽃보다 낙화에 더 마음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유명한 어느 시처럼 이 친구들은 정말, 자신들이 가야 할 때를 알고 이렇게 일찍이도 가는 것일까요. 사람을 감질나게 하여 본인들의 가치를 높이려는 다분히 계산된 의도인가 하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슬프지는 않습니다.
이 감질나는 표현처럼 짧아서, 그리고 아쉬워서 봄을 더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감질난다는 표현에 맞게 오늘 소개해드릴 차는 목련꽃차인데요. 올해 코엑스 차 박람회에서 만났던 대표님께서 말씀해주셨는데 꽃 모양이 유지된 차는 직접 수작업으로 할 수밖에 없어 하루 평균 100송이밖에 못 만든다고 하시더라고요. 작은 꽃망울의 꽃잎을 한 장 한 장 펴야 하니 손 저림과 침침해지는 시력은 덤이고요. 양 손목과 목에 파스는 기본옵션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더 원해도 어찌할 수가 없는 감질난다는 표현과 잘 맞는 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그래서 이 꽃을 활용한 블렌팅 티는 감질난다는 표현에 맞게 시즌 한정판으로 선보일 생각입니다. 아 물론 상품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지만, 그냥 혼자 머릿속에서는 출시까지 하고 행복회로 돌리고 있는 겁니다. 다 소진되기 전에 미리 쟁여두시면 다른 계절에도 봄의 정취를 느낄 수가 있겠죠?(영업..)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글도 감질나는 길이감에서 끊어보려 합니다. 우리 모두 다음 봄이 올 때까지 또 열심히 견뎌내봐요.
* 레시피는 추후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