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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은희 Sep 01. 2023

산티아고일기(2023/01/05): 순례5일차

길위의 새친구들(팜플로냐 to 푸엔테라레이나 24km)

하루쉬며 체력보강한 덕도 있지만, 오늘의 날씨와 풍광은 그야말로 어메이징하게 좋았고, 좋은 길동무를 만나 재밌게 걸어온 날이었음.


1. El perdon 고개넘기


오늘 구간의 백미는 790m 엘페르돈 고개를 넘는 일. 출발지 팜플로냐의 고도가 이미 440m여서 사실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산등선을 따라 풍력발전기가 줄지어 서있었고, 산티아고 트레일은 그 사이를 지나는데 그 정점에 이 길에서 가장 유명한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엘페르돈은 용서를 의미한다. 이 고개를 오르며 누군가를 용서하고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라는 뜻이란다. 나도 용서의 리스트를떠올려 보려했는데... 글쎄, 사과를 해야하고 받아야하는 건 사람사이의 일이니 나중에 얼굴보며 하는 게 낫겠다 싶었고, 오르막 오르는 동안엔 잠깐잠깐 뒤돌아보며 풍광을 즐기기에 바빴다.


2. 길동무를 만나다


처음 3일은 거의 혼자 걸었는데, 어제는 팜플로냐 호스텔이 가득차더니 오늘의 순례길에서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많은 순례객들을 만났더랬다. 

그러다 비슷한 속도감으로 목적지까지 오랜 시간을 같이 걸어온 동료 그룹을 만났다. 스코틀랜드인 샘은 이 순례길만 4번째인 베테랑 아저씨고, 프렌치 데이비드도 두 번째 걷는 길, 독일인 알렉스는 나처럼 첫 번째 시도인데 이 길에서 독일인 안 만나서 신난다고 너스레를 떤다. 

이 다국적 그룹과 아마도 며칠 같이 걷게 될 듯^^


3. 놀라운 날씨와 황홀한 풍경들


팜플로냐를 떠날 즈음 만난 일출부터 푸엔테라레이나에서 만난 석양까지 하늘은 맑고 푸르렀고, 온 대지는 벌써 봄이 온 듯 그린그린 했다. 걷는 동안 어메이징한 날씨와 풍광에 놀라고 감사했지만, 개인 순례객 아닌 지구인의 입장에서 기후변화가 눈 앞에서 진행 중이라는 것에 함께 한숨을 내쉬며 걱정을 나누기도. 


4. 그 밖에 기억할 것.

오늘의 숙소는 공립 알베르게 숙박비는 7 유로.

내일은 서구 가톨릭에서 주현절이라는 축제일. 동방박사 3인이 마굿간으로 아기예수를 찾아 온 날이란다.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은 크리스마스 휴가에서 복귀해야할 시점이지만,가톨릭세가 강한 스페인은 내일까지 축제로 바쁘다. 운 좋게 이동네에서도 전야제이자 시끌벅적 퍼레이드 하는 것도 구경함.


오늘의 일출
여기부터 길동무를 만남
엘페르돈 고개 앞뒤로 온통 자갈밭. 이 강돌들 어디서 왔나 싶었더니 이 산 자체가 거대한 역암 덩어리!
산티아고 여행 홍보자료에 꼭 등장하는 대표조형물
풍력발전기 저 사이를 지나왔다
크리스마스 뒤에도 축제는 계속된다. 왼쪽은 예수 탄생, 오른쪽은 주현절(동방박사들의 방문)
봄 꽃이 벌써 피기 시작한다. 반갑지만 걱정스럽기도
오늘의 길동무들
오늘의 숙소 Albergue Padres Reparadores
석양
주현절 퍼레이드
주현절 전야. 관광객들 순례객들 아닌 동네 사람들.유럽국가는 어디를 가든 아기들과 청소년들이 넘쳐난다.


=========<댓글>=================

이명주 감사합니다. 저도 그곳에 있는 듯 합니다. 힘들고 피곤하실텐데 이리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대훈 산티아고 케이크도 드시면서 쉬엄 쉬엄 가요~ 끝까지 완주하면 좋지만 못하면 또 어때요. ㅎㅎ 2월에 귀국하면 #공탁 찬조 출연~

Jeoun Soon Lee이글을 읽고 있는 많은 분들이 길동무라는 것 잊지 마세용~

Jeoun Soon Lee 정말 어메이징한 날씨와 길벗들이네요~

Hiroshi Todoroki 저는 사리아에서 산티아고까지 120킬로 4박5일만 걸었는데 발이 피물집 번벅이 되었습니다. 발바닥관리 필수입니다.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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