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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은희 Sep 01. 2023

산티아고일기(2023/01/10) : 순례 10일차

그림자가 길동무다(나헤라to산토도밍고 21km)

오늘은 한참 이른 포스팅


걷는 속도감이 붙어서인지 21km를 수월하게 걸어왔다. 오전 9시 출발 목적지 산토도밍고의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에 2시 15분 체크인. 고개를 3개 정도 넘어야했지만 대체로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 

오늘의 풍경은 사방으로 펼쳐진 지평(곡)선. 어느 방향으로 눈을 돌려도 아득하게 밭들이 펼쳐지고, 카메라의 절반은 하늘이 차지할 정도로 막힘없이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포도밭이 줄고, 밀밭이 늘어나는 것도 느껴진다 (가까이 공항이 없는 시골마을이라 오늘은 비행운도 별로 없이 푸른 하늘 그 자체다!)


아직은 섯부를 수 있지만 이곳은 이미 봄이다. 길가에 여러 종류의 꽃들과 새잎들이 돋아나고 있고, 긴 연휴 끝 농부들의 밭갈기, 경지 정리, 포도나무 전정작업들도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의외로 순례객은 별로 없다. 오늘도 내내 혼자 걸은 길. 


숙소 도착해 샤워와 빨래까지 마치고 식당 문 열 때까지 기다리는 중. 혹시 이 큰 방에서 오늘 나 혼자 자는 건 아닌가 5초 겁먹었다가, 혼자라도 영빨있는 수도원 건물인데 별 일은 없겠지 마음 잡는 순간! 까미노 크루 알렉스(독)와 지나(캐)가 들어온다.  워낙 잘 걷는 친구들이라 한 마을 더 갈 줄 알았는데, 지난 이틀 30km씩 걸어 오늘은 이 동네까지만 걷는다고 한다.


밥 친구 생겨 기분 좋아짐. 해지기 전에 동네 구경도 좀 하고 내일을 또 준비해봐야겠음. ^^


서향이라 해는 떴지만 산그늘에 가려짐. 앞의 나무는 은행빛 아니라 아침해 받아 노랗게 보이는 중.
밤새 성에 낀 밭. 겨울의 흔적. 오른쪽 기둥에 산티아고까지 581km 표식이 보인다. 200km를 걸어왔다는 얘기
머리 뒤로 동이 텄다
탁자형 고원(메세타)이 앞으올 넓게 펼쳐징. 앞의 시설물은 포도밭 수로
첫번째 휴식 지점
순례객을 응원하는 농가의 장식품들
오늘도 그림자가 길동무다
날이 좋아 바람막이까지 벗고 걸었다
오늘의 목적지 산토도밍고
신토도밍고 수도원과 붙어있는 알베르게. 오늘은 내가 1번 베드
새로운 까미노 그룹 결성 현장


Jongmi Kim 와 진짜 이 사진은 잠시 할말을 잃게 만드는 풍경을 담고 있네요. (지평선, 아니 지평곡선)

  => 이 길을 홀로 즐겼답니다. ㅎㅎ

박선은 길 너무 멋지네요~ 이 길을 걷는 샘은 더 멋있구요!!!!

Jeoun Soon Lee 온 땅과 온 하늘을 온전히 누리시며~

Sook Kim 아. 알베르게가 이런 모습이구나. 궁금했었어요.

  => 이런데도 있고 좁은 방 이층침대 가득한 곳도 있고, 종종 운좋은 2인실 쓸 때도 있고.

이명주 여기응원하는 사람있습니다~♡

이진숙 아침마다 순례일지 보는 재미가 쏠쏠함 ㅎ

   => 임순례 이진숙 me too

Ki Yeon Koo 저는 코 골아서 숙소 못 가겠네요 ㅋㅋㅋㅋ

   => Ki Yeon Koo 다들 골아요. 이도 갈고. 감기 환자들 기침도 하고. ㅋ 첨엔 걱정하는데 조금씩 이기적으로 굴어도 아무렇지도 않음^^ (7~13유로 침대하니씩만 차지하는건데요 ㅎ)

Jeoun Soon Lee셀라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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