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예술의 언어로 시작된다

by 스텔라

연주자 K와 연주자 K가 내연의 관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남자 연주자 K는 결혼한 상태이고 두 사람은 잦은 협연을 통해 가까워졌다는 소문이었다.

어느 날 K의 오랜 팬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였다.


물론 나는 내연 관계를 지지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삶에 상처를 남기는 관계는 어떤 맥락에서도 아름다울 수 없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사랑이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되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전에도 몇 차례 그들의 협연을 본 적이 있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무대 위에서 흐르던 두 사람의 교감은 분명 특별했다.

그것은 기술의 조화라기보다 감정과 감정이 맞닿는 순간에 가까워 보였다.


왜 예술의 현장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그렇게 빠르게 가까워질까?

예술은 설명보다 먼저 감각을 요구한다.

논리보다 먼저 반응을 끌어낸다.

상대를 판단하기 전에 먼저 느끼게 만든다.

함께 연주하고 함께 창작하고 같은 장면을 같은 호흡으로 통과하는 동안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을 드러내게 된다.

가면을 쓸 틈이 없다.


소개팅 자리는 종종 정반대다.

직업, 나이, 배경, 조건... 서로를 이해하기도 전에

서로를 평가한다.

그 안에서 사랑은 시작되기보다 선별된다.

반면 예술의 공간에서는 누군가가 어떤 사람인지보다 어떤 세계를 품고 있는지가 먼저 드러난다.

어떤 음악을 만들고 어떤 문장을 쓰고 어떤 움직임을 선택하는지...

그 선택의 결이 곧 그 사람의 언어가 된다.


그래서 나는 점점 믿게 된다.

사랑은 조건이 아니라 공명에서 시작된다는 것.

같은 장면에 감동하고, 같은 순간에 숨을 고르고, 같은 리듬에 몸을 맡길 수 있을 때 사람은 상대를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이미 이해하고 있다.


물론 예술의 환경이 사랑을 자동으로 정당화해주지는 않는다.

그 교류는 언제나 책임과 존중 위에 놓여야 한다.

예술이 깊을수록 그 관계는 더 윤리적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사랑을 찾고 있다면 소개팅을 아닌 먼저 예술의 자리로 가보라고.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보라고.

그 과정 속에서 사람은 가장 솔직해지고 사랑은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사랑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세계를 바라볼 때 이미 시작되어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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